나의 전망-고려대-김정배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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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제는 한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시야가 좀 넓어져야겠읍니다. 외국역사와의 비교연구도 필요하지요. 한국사는 한문만 이해하면 된다는 생각을 벗어나야해요.』
73년「한국민족문학의 기원」을 저술, 2년 후 고려대 박사학위를 따낸 김정배교수는 앞으로의 국학연구가『좀더 개방적일 것』을 요구한다.
70년대 들어 그 동안의 국학「붐」을 반성하고 세계사적인 보편성위에 한국사의 특수성을 얘기해야한다는 인접학계의 주장이 활발했음을 지적하면서 그는 80년대에는『일방통행적인 과거의 연구태도를 지향할 것』에 동의한다.
김교수는 또 한국사학계안에서 논쟁과 토론이 격렬해질 것을 기대한다.
이 점에서 최근의 강만길교수와 양병우교수 사이에 벌어진「분단시대의 사학」에 관한 논쟁 같은 것이 앞으로 더욱 자주 있어야겠다고 말한다.
이 같은 논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선배학자들을 비판할 수 있는 연구풍토의 확립이다. 젊은 학자들이 『너무, 주눅이 들어있다』고 털어놓는 김교수는 64년 고려대를 졸업한 후 대학원을 거쳐 줄곧 이 대학에 몸 담아온 순 고대파다. 스승이며 선배인 이홍직-김정학교수의 지도를 받으면서 고대사에 관심을 갖게되었고『한국인의 뿌리가 어디서 왔는가』하는 의문에서 한국민족의 기원·형성에 관한 논문을 써 온 것이 박사학위까지 따게됐다고. 그는 선사시대의 연구에 외국의 고고학이론이나 인류학적 업적을 광범위하게 참고, 문헌사학의 결합을 보충하는데 역점을 두고있다.
청동기문화의 북방유입설을 강력히 주장해 온 그의 지론은 관계유물 발굴로 어느 정도 입증되었으며 한국사에 청동기문화가 없었다는 일본사학자들의 주장은 이제 근거 없는 얘기가 되고 말았다.
그는 최근 들어「국가기원형성문제」로 관심의 폭을 넓혀 우리역사에서 국가의 형태가 나타난 것은 언제부터인가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있다. 또 손진태의「신 민족주의사관」에 호의를 보이는 그는 사학사적 입장에서 쓴 사론들도 계속 쓰고싶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쓴 글을 모은『한국고대사의 신 조류』(고대출판부간)를 3월중 펴낼 예정이다. 【김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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