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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개혁 '앞이 안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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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철도 구조 개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철도의 운영과 시설을 분리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철도청과 철도노조, 그리고 고속철도공단과 공단노조 등 이해 당사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철도노조는 개혁안 철회와 현장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오는 20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정부가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키로 해 극단적인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구조 개혁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4월로 다가온 고속철도 개통에도 큰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업까지 내세운 반발=철도청과 고속철도공단을 통합, 철도 운영은 공사화하고 시설은 국가에서 책임지겠다는 정부안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3만명의 노조원을 앞세운 철도노조 측은 이번에도 '절대 불가'입장이다. 시설과 운영은 내부적으로 회계 분리만 명확히 하면 됐지 굳이 조직을 나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철도노조 김영훈 정책연구원은 "철도는 시설과 운영이 상호 유기적 관계를 유지해야 안전이 확보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조직 약화를 우려한 반대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고속철도공단노조 측은 고속철도 관련 정보와 자산을 철도청으로 인계하라는 건교부의 명령도 거부하고 있다. 공단노조 유현동 위원장은 "기술이 낡고 경영이 허술한 철도청은 최첨단 기술의 고속철도를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철도청과 고속철도공단의 마찰도 크다. 철도청은 전철화 등 기존선 개량 사업을 운영공사 쪽으로 가져가려 한다. 기존선 개량 사업은 열차를 운행하면서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운영공사에서 함께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고속철도공단은 기존선 개량 사업을 운영에서 가져갈 경우 시설공단이 위축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해 2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기존선 개량 사업을 누구도 놓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서두르는 정부=정부는 오는 6월까지 구조 개혁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총력전을 펼 계획이다.

구본환 건교부 철도산업구조개혁과장은 "철도청의 누적 적자가 1조7천억원에 이르는 데다 매년 영업 적자도 크게 늘고 있어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에게서 구조 개혁이 지지부진함을 지적받은 것도 자극이 됐다. 최종찬 건교부 장관은 "당초 개혁안을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강경 입장에 대한 회의적 반응도 적지 않다. 한 공무원은 "노조는 물론 철도청과 공단도 반발하는 상황에서는 논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혁 늦출수록 부담=전문가들은 구조 개혁이 늦어질수록 국민 부담이 커진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현재 철도를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은 인도.스리랑카.북한.러시아와 우리나라 등 5개국뿐이다.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졌다는 점도 구조 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중 하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팽팽하게 대립 중인 이해 당사자들을 의식해서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급한데도 절충안을 찾자는 정도다.

관동대 홍창의 교수는 "일단 고속철도의 성공적인 개통과 운영에 집중한 뒤 이를 일반철도의 개혁에 접목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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