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물가추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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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물가의 심각성에 대해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2월까지 도하물가가 이미 17.6%가 올랐는데 이것은 1차 오일·쇼크가 일어났던 74년의 19.4%(1월 4.9%, 2월 14.5%)에 거의 육박하는 것이다.
74년은 물가를 3%선에서 안정시키겠다는「8·3조처」의 과잉의욕 때문에 73년의 물가상승률을 6.9%로 억지로 누른 반작용까지 가세되어 연초물가가 크게 뛰었지만 금년은 작년에 이미 18.8%나 올라 고원물가를 형성했는데 여기에 다시 17.6%가 올랐으니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도매물가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는 2월까지 8%의 상승에 머물렀다.
이것은 아직 도매물가의 상승이 소매단계에까지 파급되지 않은데다 불경기로 인한 매기부진으로 중문단계에 있어서의 자체흡수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74년에도 도매물가는 42.1%가 올랐으나 소비자물가는 24.3%에 그쳤다.
금년물가의 급등도 74년 l차「오일 쇼크」때와 마찬가지로 유가·환률 등「코스트·푸시」요인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있다.
2월까지의 부문별 물가상승율을 보면 원자재가 25.8% 자본재가 3.5%, 소비재가 9.8%올랐다.
정부는 금년 물가를 당초 목표대로 28%선에서 억제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앞으로 원유가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달려 있지만 환율·유가인상에 따른 가격상승이 2월 중순까지 거의 일순되어 하순부터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으므로 잘하면 금년 목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고있다.
원유가 등의 상승은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타율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여기에 초과수요요인까지 가세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 바로 물가정책의 요체가 될 것이다.
74년 물가가 광란상태를 보인 것은 원유가상승 등「코스토·푸시」요인에다 이월된 과잉통화가 가세되어 상승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대개 호황 뒤에「인플레」가 오는데 이것은 호황을 빌미로 통화가 과잉 공급되는데 이유가 있다.
74년 물가광란이 일어나기 전인 73년은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했고 통화가 40.1%, 총통화가 36.4%나 늘었다. 72년에도 통화가 45%가 증가했다. 여기에 유가인상이 도화선이 되어 물가광란으로 번졌던 것이다.「인플레」는「인플레」를 부르는 주성이 있다. 매점매석·환물투기·「인플레·마인드」등이 바로 그것이다.
금년 물가에 있어 한가지 포망적인 면이 있다면 작년초부터의 안정화시책을 편 결과 과잉통화에 의한 초과수요의 압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대대적인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건 사재기나 품귀소동이 적었던 것이 그것을 잘 반증하고 있다.
작년의 통화증가율 20.7%, 총통화증가율 24.6%가 꼭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1차「오일·쇼크」때와 비교해선 크게 나아진 셈이다. 만약 금년에 과잉통화에 의한 초과수요 요인까지 겹쳤다면 금년물가는 파국적인 사태를 빚었을 것이다.
따라서 물가급등의 고비를 잡으려면 통화의 과잉공급을 철저히 막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이 1차「오일·쇼크」때의 물가광란에서 벗어나는덴 통화의 안정적 공급이 가장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물론 긴축기조를 유지하는덴 마찰도 많고 고통도 심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없인 물가안정은 불가능하다. 금년 물가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철저히 인식하여 20%통화증가목표의 준수에 가일층 노력할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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