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씨 성명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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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도정부와 오늘의 정치현실=국민들은 가급적 짧은 과도기간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을 길게 잡고 있다.
▲세계 속의 한국의 위치=급변하는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북한정권과 미국정부의 관계는 「친구의 친구관계」로 진입할 가능성마저 엿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이자 또한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때 우리의 자발적이고 확고한 지지에 기초한 민주정부를 성공적으로 수립하고 밖으로 미국을 위시한 자유우방국민들의 신뢰와 찬양을 획득한다면 우리는 남북관계의 평화적 해결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공산세력에 대한 경계와 국가안보=북한 공산세력은 단순히 우리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도 항상 경계하고 배격해야할 경쟁적 존재다.
그들이 이른바 「해방전략」을 명백히 포기하고 펑화 공존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안보적 차원에서 경계를 게을리 할 수 없다. 남북 간의 평화적 공존·평화적 교류·평화적 통일의 3단계 통일정책을 강력히 밀고 나가야 한다.
안보는 어떤 경우라도 특정 정치세력과 정권의 목적에 악용되어서는 안되며 참으로 강한 안보는 국민의 자발적이고 열성적인 참여에 기초한 민주정부아래서만 가능하다.
▲정치보복의 종식=새로운 민주정부아래서는 현재의 군과 공무원들이 상하를 막론하고 모두 안심하고 봉사하게 된다는 것을 확신하며 그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당부한다.
▲80년대의 전망=80년대는 우울했던 70년대와는 달리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우리가 성실하게 노력하는 한 희망의 새 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모든 국민은 자기 눙력 이상의 헌법을 가질 수 없다』는 말대로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각성과 헌신 없이는 아무리 좋은 헌법이라도 실제적 의미가 없다.
지난 7년 간의 유신체제경험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를 키워서 자기 자신의 것으로 소유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었고 이미 정치적 선진국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확신한다.
▲사명과 금 후의 거취=이제는 남은 생애를 덤으로 생각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국민을 받들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자 한다.
80년대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민주시대가 될 것을 확신하면서 국민이 참다운 나라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내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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