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 귀기울이다 명단 나오자 가족 껴안고 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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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복권자가정>
이날 아침 가벼운 감기기운으로 안방에서 휴식을 취하며 「라디오」를 통해 복권 발표를 들은 뒤 내외기자 50여명과 방문객이 꽉찬 거실로 나온 김대중씨는 미리 준비한「복권에 즈음한 소감」을 2분동안 낭독한 후 3윌 1일의 기자회견을 약속하고 안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작년 12월 8일 연금해제 때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사실상 74년이래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김씨는 짙은 감색 「싱글」에 자주색 「넥타이」를 맨 긴장한 모습이었다.
김씨는 최근 약한 감기기운이 있으나 훨씬 살이 찌고 혈색이 좋게 보였다.
「소감」만을 밝힌 김씨는 3월 1일 상오 9시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래 정치활동 계획 등에 관한 소신을 밝힌 후 국립묘지와4·19묘지를 참배, 현화하고 「파고다」공원에 들러 독립선언 33인을 추모할 예정이라고 이협 공보담당 비서가 밝혔다.
한편 김영삼·신민당 총재는 상오 10시 동고동으로 김대중씨를 방문해 인사를 나누고 장래문제를 협의했다.
김씨 자택에는 동생 대의·대뢰씨 등 가족이 비서들과 함께 손님을 맞았고 예춘호·이용희·김령배 의원과 박종률·김창환·김재위씨 등 전 의원 및 박성철 예비역 해병소장 등이 찾아왔다.
한편 NHK등 일본의「텔리비젼」방송들은 평소 비행기편으로「필름」을 송고했으나 이날은 KBS방송시설을 통해 김씨의 동정을 우주 중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김대중씨는 『만시지영이나 일부인사의 복권이 이뤄진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복권조치가 대단히 미흡한 것이라는 여론을 존중해 전원 석방 곽진원 복권을 실행해주기 바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김씨는 『이런 조치가 후속되는 것만이 우리가 다같이 바라는 정국안정의 필수적 선행조치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과도정부가 들어선, 즉시 복권을 신속하게 단행해야 했다며 때늦은 감은 있으나 민주회복의 제1보로 생각하고 환영한다는 복권 소감을 밝혔다.
윤씨는 그동안 몸온 법적으로 묶여 있었지만 죄의식을 느낀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얼마남지 않은 여생이지만 민주회복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다하겠다고 다짐.
복권과 복직 통보로 경사가 겹친 연대 김찬국교수(53·서울 연납동 344의29)집은 오랜만에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라디오」에서 『대학장 53살 김찬국』이라고 복권명단이 발표되자 부인 성윤순씨(51)와 함께 김교수는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백악부·이철』등 함께 고생한 인사들의 이름이 나올때마다 박수를 치며 반가와했다.
특히 부인 성씨는 그동안 살얼음을 딛는 생활이었다며 이제 복권에 복직까지 했으니 발을 뻗고 잘 수 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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