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핵심만 청와대와 소통 … 대통령에 대한 실망 커 조기 레임덕 우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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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산·경남(PK) 출신 재선 의원은 직설적이었다. “친박 극소수만 청와대와 소통해왔다. 최경환·윤상현·홍문종 세 사람밖에 없었다. 정부의 핵심 과제를 국회에서 정책적으로 관철시키는 최일선 책임자인 정책위의장조차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무시당하니 소외감·좌절감·무력감을 (주변에) 절절하게 호소하더라. 친박들도 청와대에 뭘 건의하려 해도 채널이 없으니 소외감이 누적돼 냉소적이 되고 원심 현상이 생겼다.”

친박 주류로 불려온 수도권 재선 의원은 “친박이 정치 동지들의 모임이 아니라 사적 이해를 추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자리와 개인 플레이 중심이 됐다”며 “대통령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하던 사람들이 멀어졌다”고 봤다. TK 출신 초선 의원은 “대통령이 친박 핵심이라 불리던 인사들만 만나면서 의중을 전달하면, 그 인사들이 당원들에게 그 의중에 대한 자기 의견을 말하곤 했다. 그런 일들에 대해 당원들이 불만을 가졌다”고 말했다.

친박이 과거 집권 세력보다 빨리 힘이 쇠한 원인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명박계(친이) 재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친박은 친이와 체질이 다르다. 친이는 계파를 자유분방하게 운영해 자생력이 있었다. 이상득·이재오 등 중간 보스급도 많았다. 하지만 친박은 관료적 성격을 가진 이가 많다.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수직적인 문화여서 자생력이 약하다. 박 대통령 스스로 좌장이 없다고 선언했듯, 중간 구심체도 없었다.”

박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는 이도 있었다. 당 지도부로 활동해온 친박 주류 3선 의원은 “서청원 전 대표에게 표가 안 나온 가장 큰 요인은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커서 이탈 세력이 생기고 있다. 레임덕 현상이 곧 올 것 같아 걱정이다.”

‘박근혜 키즈’로 불리던 초선 비례대표 의원도 “친박을 계속 주장하면 몰락한다”고 했다. PK 출신 초선은 “대통령이 깊이가 부족하다. 당이 견제해야 한다”고 했고, 충청 출신 초선은 “언제까지 대통령에게 의존할 것인가. 이젠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가 ‘수평적 당·청(청와대) 관계’를 주장해 왔는데 그렇게 될 거라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31명(79.4%)이 “그렇다”라고 답했고, “아니다”는 6명(15.3%)이었다. 나머지는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친박의 미래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앞으로 친박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나”라는 질문에 22명(62.8%)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그렇다”는 7명(20%)에 그쳤다. 나머지는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다만 응답자 중엔 긍정적인 방향으로 단서를 다는 이도 적잖았다.

“박 대통령을 빙자해 사익을 챙기던 사람들 때문에 생겼던 분열이 정리되면 다시 구심력이 생길 거다.”(TK 출신 4선)

“당에서 친박 힘이 약해진 건 사실이지만 최경환(경제부총리)은 당 밖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나. 친박 주류가 제대로 정치를 하면 다시 힘을 얻을 거다.”(초선 비례)

백일현 기자
설문 도움=박종화·황은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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