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스」왕의 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플루타크」『영웅전』에 이런 얘기가 있다. 「스파르타」인들은 적군이 얼마나 많은가를 물으려하지 않고 적군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곤 한다는 것이다. 2천년 전 「아기스」왕(2세)의 고언은 지금도 여운이 있다.
북한과의 군사력을 비교하면서 우리는 언제나 질과 양의 불균형을 걱정한다.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를 빌면 화력과 병력은 북한이 앞서고 공군력은 질적으로 우리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느 전쟁에서도 병사들의 사기와 정교한 전술·작전은 무엇보다도 높게 평가된다.
「플루타크」는 바로 그것을 교훈한 것 같다. 북한과의 군사적인 대치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근년 휴전선 근방에서 북한의 땅굴이 발견되었을 때 한 두 개쯤은 우화로 넘겨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 나라에서 취재를 했던「리더즈·다이제스트」사의「D·리드」(편집위원)는 적어도 12개의 땅굴은 더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물론 땅굴탐사에 참가하고 있는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한 말이다. 그 가운데 두개의 지하 「터널」은 화천「댐」과 발전소를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북한은 이미 이런 공사를 8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필경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터널」을 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정보는 미국의 첩보위성에 의해 탐지되는가 보다. 흙과 바위를 실어 나르는「덤프·트럭」들의 동정이 포착되는 것이다.
여기엔 지진 탐지기도 동원된다. 그러나 요즘은 북한 쪽에서 지하폭발이 있을 때마다 지상에서도 위장 폭파작업을 해, 이쪽의 탐지작업을 혼란시키고 있는 모양이다.「위컴」사령관은 「터널」탐지를 『검불 속의 바늘 찾기』에 비유하고 있다.
문제는 지하「터널」의 용도에 있다. 그것은 기습용임엔 틀림없다. 북한군은 언제 총부리를 우리 등에 들이댈지 모르는 것이다. 근착「리더즈·다이제스트」에 실린「D·리트」의「르포르타지」에서도 그 점을 걱정하고 있었다. 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우리는 항상 알아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북한은 실제로 휴전선 근방의 어느 기지에 서울의 지형 지형까지 만들어 놓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실전훈련을 우리도 마땅히 대비는 하고 있을 것이다. 현대전에서 비밀은 피차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가운데서도 교묘히 친선을 피해 무엇인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다. 그럴수록 우리는 적이 어디에 있는가에 주의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적은 땅 속에도, 땅 위에도 바로 옆에도 아니 우리 마음에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