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추는「영암어란」|영산강하류 구산리명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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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조때부터 전국적으로 이름난 영암 어란이 차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전남영암군 시종면구산리와 신학리를 중심으로한 영산강하류일대에서 많이 생산돼 이조때는 임금수랏상에까지 진상됐었다는 어란은 최근 몇년사이에 숭어를 남획하는바람에 차차 그 자취를 볼수없게 됐다.
어란은 숭어알로 만든다. 이지역에서는 숭어를 철사낚시를 사용해서 한꺼번에 몇마리씩 잡아 올리고 있다.
먹이를 끼우지않은 낚시를 1백여개씩 낚시줄에 열지어 달아서 산란기인 3월말부터 5월말 사이에 잡아 어란을 뺀다.
어란은 하룻동안 간장에 담갔다가 이를 꺼내서 2시간정도 찬물에 담근후 그늘에 말린다음 무거운 돌로 눌러 납작하게 한뒤 다시 그늘에 말린다.
이때 참기름·설탕등을 넣어 손질하면서 형태를 만든다.
어란을 만들기까지는 약20일이 걸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어란은 그 독특한 향내와 기름, 그리고 씹으면 혀에 감치는 뛰어난 맛으로 술안주로 많이 쓰여왔다.
영암어란이 예부터 이름난 것은 바닷물과 민물이 뒤섞이는 영산강하류를 거슬러 올라오는 숭어알속에 풍부한 영양을 포함하고 있기때문. 영암어란의 최성기는 일정때인 20년대전후로 꼽는다.
그러나 8·15광복이후 행정지도력이 약해진 틈을타 영산강 하류 일대에서 숭어를 마구 잡아내는 바람에 차차 그 씨가 말라들어 최근2∼3년동안에는 멸종되다시피했었다.
이때문에 영암어란은 차차 자취를 감추기시작해 지금은 연간 겨우 10여관씩 생산, 한창때의 2백여관에 비해 20분의1로 줄어들었다.
어란이 귀해지면서 그 값도 엄청나게 올랐다. 현재는 관당 4만5천∼5만원까지 거래되고 있으며 주로 서울·부산등지로 팔려나가고 있다.
영암어란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고 값이 비싸지자 영암주변일부 어촌에서는 조기·민어알로 만든 가짜 어란을 생산, 영암어란이라고 속여 팔기도 한다.
시종면구산리에서 소년시절부터 어란을 만들었고 지금도 어쩌다가 숭어가 잡히면 알을 빼서 어란을 만들고있다는 정영채씨(58)는 『앞으로 영산강하구언(하구언)공사가 완공돼 목포 앞바다를 거슬러 올라오던 바닷물이 막혀버리면 가뭄에 콩나듯한 영암어란은 이나마도 영영 자취를 감추게되어 그 향긋하고 독특한 맛을 다시 볼수없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와했다. <영암=황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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