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산책] 2인조 폭소탄 '트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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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간 내내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던 기억이 있었는지. 4년전 오프브로드웨이의 미테나레인 극장에서 1년간 장기 흥행을 하며 많은 화제를 뿌린 작품 '트왁(Thwak.총을 쏠 때 나는 소리)'을 봤을 때 그랬다.

관객들을 한시도 가만 놔두지 않고 초단타로 웃음을 던져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런데 이 작품이 오랜만에 다시 돌아왔다. 현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가족.아동 전문극장인 뉴빅토리 극장에서 3주 일정으로 공연 중이다.

'트왁'은 2인조가 등장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다. 이들은 극의 의미보다는 웃음 자체를 좇는 데 열중한다. 마치 만화영화 '톰과 제리'와 MTV의 '비비스와 버트헤드'를 연상케 하는 코믹 연기로 일명 '배꼽 브라더스(Umbilical Brothers)'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실제로 두사람은 마임과 탭탠스는 기본이고 굉장한 수준의 성대모사를 구사한다. 쿵후로 겨루기, 스타워즈를 패러디한 장면 등에서 이들의 연기는 빛이 난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작은 천막 뒤에서 두사람이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듯 다양한 몸짓을 보여줄 때다. 대사가 거의 없이 몸짓과 표정으로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는 건 아무래도 대단한 능력인 것 같다.

이들은 지난 1988년 시드니 대학에서 처음 만나 팀을 결성한 뒤 오랜 무명의 세월을 거쳤다. 일본.독일.캐나다.영국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쇼의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트왁'은 그들의 레퍼토리 중 가장 재미있는 것만 모아 놓은 '웃음 백화점'인 셈이다.

이들은 결코 관객을 완벽하게 속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요즘같이 뒤숭숭한 시기에 뉴욕 사람들에게 한바탕 시원하게 웃음을 선사하는 효자 상품이 바로 여기에 있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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