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의 결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올해대학입시결과는 몇가지 흥미있는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세칭 명문대의 합격률에서 그것은 더욱 두드러 진다.
첫째 자유경쟁의 장점. 서울변방의 U고교는 그 지역적인 특수성 때문에 입학생들을 컴퓨터추첨 아닌 입학시험에 의해 선발했었다. 3년이 지난 오늘, 이들은 전국의 어느 고교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진학률을 기록했다. 이른바 3대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수만 해도 3백명을 훨씬 넘는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사립고교의 대약진현상이다. 한때 명성이 높던 공립명문교들은 점차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평준화 이후에 볼 수 있었던 변화이기도 하다.
왜 그랬을까. 일부 야심적인 사립고교들은 평준화를 역리용, 새로운 전략을 세운 것이다. 똑같은 조건이라면 자신을 갖고 한번 도전해 보자는 심산을 한 것 같다.
필경 교수도 강화했을 것이다. 사립고교는 우선 인사의 융통성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우수한 교사를 언제라도 채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의 열의와 성실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집중적인 학습지도 있었을 것 같다. 이것을 위해 새로운 교수법도 착안했음직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하게 되는 것은 지방고교의 두각이다. 전주·대전·마산의 공립교 출신들이 서울대에 진학한 삭는 각기 1백명을 훨씬 넘고 있다. 서울학생들이 지방유학을 떠나는 기현상도 이런 현실에선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우선 이들 지방학생들은 서울의 U고교나 마찬가지로 자유입시에 의해 진학한 학생들이란 점에서 색다르다. 평준화에 오염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을 다른 측면에서 분석하면 서울의 고교생학력이 전반적으로 다운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서울은 전반적으로 학력수준이 하향평준화원 것이다. 반면 평준화의 물결이 뒤늦게 미친 지방고교의 경우는 학력수준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 결국 상대적인 평가에서 지방고교는 우세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장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고교평준화는 한마디로 학력의 하향평준화라는 엉뚱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교육방식에 있어서도 일인 것 같다. 감점교육이란 도대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인간의 사회에서 경쟁심·명예심을 강제로 평준화하는 일이란 하나의 이상일 수는 있지만, 현실이기는 어렵다. 도전과 응전이 없는 발전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평준화의 결과를 해마다 똑똑히 보고 있는 문교당국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때를 맞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