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한마디에 … 원화값 두 달 만에 1030원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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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달 초 달러당 1010원을 뚫고 올라갔던 원화 값이 1030원대로 내려앉았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4.7원 내린 103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값이 1030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5월 이후 두 달 만이다. 대형 수출기업들의 주가는 이틀 연속 강세를 보였다. 15~16일 삼성전자는 2.7%, 현대차는 5.3% 상승했다. 원화 강세가 진정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거란 기대가 커진 탓이다.

 세자릿수를 바라보던 원화 값이 갑자기 꺾인 건 달러 강세를 예상하는 시각이 확산된 탓이다. 미국의 최근 경기지표는 호조를 띄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15일(현지시간) 미 상원에서 “노동 시장이 연준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개선되면 기준금리 인상은 현재 구상하는 것보다 더 일찍,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발언의 방점은 상당기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데 찍혀있었다. 하지만 비둘기파인 그가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을 거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엔 파문이 일었다.

 아직 국내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가치 하락이 일시적 조정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위원은 “그동안 투자자들이 원화 강세에만 배팅하다가 옐런 의장의 발언에 놀라 잠시 물러난 것일 뿐 추세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 이지형 연구원 역시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려면 결국 달러 가치가 상승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준 내부의 금리 조기 인상 불가론은 균열이 생기고 있다. 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5월 1.8% 상승해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한 강연에서 “금리를 정상화할 여건이 돼있다”며 “너무 오래 기다리면 경제에 리스크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둘기파로 알려진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장도 최근 월스트리저널에 “생각했던 것보다 고용에서 더 많은 진전을 이뤘으며, 이는 예상보다 빠르게 통화정책 정상화 작업을 안전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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