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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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사람에게는 으례 이름이 둘씨 있다. 하나는「명」, 또 하나는「자」. 이것은「호」와는 다르다.
가령 장개석은 자가 개석이고 명은 중정이었다. 모택동은 이름이 택동이지만 자는 윤지고 공자는 이름이 구, 자는 중니였다.
시인 두보도 자미라는 자를 가지고 있었다.
이름을 두개씩 가진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곧 손웃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손아래 사람이 부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사기』를 쓴 사마천의 아버지이름은「담」이었다. 그래서 그는「담」이란 글자를 쓰지 못했다.
진나라때의 유명한 서가인 왕희지의 아버지이름은「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월을 초월 이라 썼다. 바를정자를 꼭 써야할때에는 언제나 다스릴 정자를 썼다.
이렇게 이름을 쓰는데 신경을 쓴 것은 이름을 그만큼 아끼고 소중히 여긴 때문이다.
이름을 아낀만큼 이름을 더럽혀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들게되는는게 당연하다.
이름이란 달리 보면 명예나 명성광 통하기도 한다. 이름을 존중하는 것은 그만콤 명예와 명성을 아낀 때문이기도 했다.
공자도 『효경』에서 이름을 후세에 떨치는 것이 효의 종극점이 된다고 이르고 있다.
요새와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족보속에 아예「감투」자리를 적는 집안이 많다.
그러나 명예와 명성과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
공자는 명성에는 으례 명예가 따르는 법이라고 믿은 모양이지만, 명예가 따르지 않는 명성도 우리 주변에서는 흔하다.
이름을 스스로가 더럽혀 놓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나같다.
새내각에는 처음 보는 한자들이 많이 나온다.
이름을 떨치자면 우선 이름이 좋아야 한다는 믿음아래 옥편이며 한적을 뒤적이던 어버이들의 최소한 표정이 엿보이는 것도 같다.
그게 또 적중한 것도 같다.
확실할 확(확)자를 가졌기에 신총리가 나라살림을 맡게되고, 엄숙할 상(상)자이름덕분에 백씨가 법무를 맡게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보면 맑을재(재)자의 상공장관, 씻을완(완)자의 건설장관, 아름다울의(의)자의 보사장관, 헤아릴규(규)의 문공장관등이 그자리에 오를만도 했다고 할까.
그러나 이름이 좋다고 사람이 훌륭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아무리 평범한 이름이라도 얼마든지 돗보이게 말들수 있는 것이다.
모처럼 빛나게 된 그 훌륭한 이름들을 참으로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이제부터라고 새 장관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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