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검사 받은 돈 300만원 vs 1000만원 … 검경, 피살 송씨 장부 놓고 진실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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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검경이 서울 강서구 3000억원대 재산가 송모(67)씨가 생전에 작성한 금전출납장부(‘매일기록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장부에 기재된 검사의 수수 액수를 놓고 검경의 설명이 달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송씨는 2005년께부터 매일 볼펜으로 장부를 꼼꼼하게 적어 왔다. 70~80쪽 분량의 이 장부에는 수도권의 한 검찰청에 근무하는 A 부장검사를 비롯해 법원 관계자, 경위급 경찰관 4∼5명, 전·현직 시·구의원 3명, 세무·소방공무원의 이름과 금전 지출내역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정치인·경찰·검사 등의 이름이 장부에 나온다는 보고에 따라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수사 관계자는 “A검사의 이름은 2005~2011년 10여 차례에 걸쳐 기재됐고, A검사 이름 옆에 적힌 금액은 총 1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한 차례를 빼고는 직책 없이 이름만 적혀 있어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은 “‘2007년 1월 27일 A검사 200만’ ‘2009년 10월 10일 A 100만’ 외에는 기재된 사실이 없다”며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장부에 ‘A검사’ 또는 ‘A’라는 이름이 10여 차례 기재돼 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경찰에 관련 자료 일체를 달라고 했지만 경찰이 ‘원본 자료는 없다’고 알려 왔다”고 말했다. 검찰이 확보한 장부가 원본이기 때문에 검찰 설명이 사실이라는 얘기다. 검찰이 밝힌 장부 기재 시기도 ‘2006년 7월 1일부터 2014년 3월 1일까지’로 경찰(2005~2014년)과 차이가 있다.

 문제의 장부는 경찰이 지난달 중순 송씨 가족에게서 임의 제출받아 검토한 뒤 돌려줬다. 송씨 가족은 지난 3일 이 장부를 다시 검찰에 제출했다. 장부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검경 사이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송씨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팽모(44·구속)씨는 14일 변호인을 통해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팽씨가 범죄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있고, 여러 사람 앞에 나서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게 팽씨 측 변호인인 강용섭 변호사의 설명이다.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원 측은 참여재판을 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법원 관계자는 “관련 법률에 따라 공범 중 일부가 원치 않으면 참여재판은 열리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팽씨는 범죄사실을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다”며 “심리상태는 검거 직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불안정해 첫 접견 때도 송씨 얘기를 하며 두 번이나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팽씨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밝히는 게 고인을 위한 도리인 것 같다.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강 변호사는 “김 의원 측에서 조폭 개입설 같은 궤변을 자꾸 늘어놓고 있다”며 “15일 검찰에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고 김 의원 측 주장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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