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14명의 새식구 맞아 출범하는 최규하 내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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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2·14」조각은 군출신이 대거 기용되고(21%) 학계에서 이한빈부총리·김옥길문교· 이규호통일원장관을 발탁한데 특색이있다.
새내각은 조기개헌과 정부로의 이양을 착실히 수행해야할 임무와 성격을 갖고있기 때문에「이미지」좋은 신인을 상당수 기용하려 부심한 것 같다.
변호사인 백상기씨를 법무로, 이대총장을지낸 김옥길씨를 문교로, 8·9대 야당의원이었던 진의종씨를 보사에 기용한 것은 재야에 대한 배려라 할수있다.
이로써 총리를 포함해 19명의 각료중 l7명이나 바꿨고 각외에서 새로 들어간 장관이 14명이나된다.
최규하대통령이 신현확부총리를 총리로 승진시키고 전내각에서 부총리를 기용할것이란 얘기가 나와 한때「승진내각」이되리라는 평판을 받았으나 조각막바지에서 재야 등용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얼굴은 마지막 조정단계에서 많이 기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부총리에 김원기재무장관이 내정되었으나 바뀌었고 그밖의 몇몇 신인들이 발탁됐다.
또하나의 특징으로 차관이나 차관급의 승진인사를 들수 있다.
김용휴총무·정재석상공·배상목체신등이 차관에서 올라갔고 이규현문공도 차관급에서 승진했다.
경제「팀」을 이끌었던 신현확총리를 기용하고 김원기재무부장관을 유임시킨 것은 일응 경제정책을 계속시키려는 의지로 보인다.
사실 우리의 경제상황은 73, 74년의 제1차 석유파동때 만큼이나 급박하다.
새해엔 국제원유가인상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불황과 「인플레」가 가속화될 전망인데다 무역적자의 심화로 외환사정이 극히 나빠졌다.
지금의 전망으로는 내년에는 단기외채 50억 「달러」정도가 소요되는데 도입전망이 아직은 불투명한 형편이다.
더구나 하루 22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하는「걸프」사가 내년부터 10만「배럴」을 감량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10만 「배럴」은 우리의 전체 도입량의 2할 가까운 양으로 이를 메우기 위해선 정부대 정부간 직접도입의 길을 트지 않으면 현물시장에서 「배럴」당 40「달러」이상의 비싼 기름을 사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부가 경제시책에 역점을 두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결자해지란 면에서는 그동안 경제시책을 담당해오던 경제각료들이 크게「팀·웍」을 흐뜨리지 않고 경제난국을 극복할 책임이 있다고도 할수있다.
또 전에 북괴위협과 안보가 정국의 합리화에 원용되었듯이 경제난국에 그러한 합리화의 대역이 될까봐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일부의 우려는 새정부가 개헌과 총선거등 정치발전노력을 중립적이고 사심없는 자세로 펴나가기만 하면 쉽게 해소 될수도 있는 문제다.
신총리가 총리지명을 수락하면서 공화당에서 탈당하고 국회의원직을 내놓은 것이나 선거주무장관인 내무장관에 정치적으로 무색한 군출신을 기용한 것은 중립적인 성격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으로 볼수 있다. 또 재야의 이한빈·김옥길·진의종씨등의 입각도 그러한 성격을 더한다.
행정부와 여당권의 교량역을 맡았던 1, 2무임소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임명을 보류한것도 맥을 같이 하는 조처로 지적된다.<성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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