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벗삼다 가수로 변신|양희은<가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고등학생 때부터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이들과는 인연이 닿았었다. 조영남 「트윈·폴리오」가 좋았고 그들의 노래가 좋아서 나도 대학생이 되면 「기타」를 쳐야지 했었다.
70년 교복을 벗었으나 대학낙방과 함께 을씨년스러운 19세의 재수생이 되었고 그 해 엄마가 사주신 나의 생일선물인 「기타」는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좋은 친구가 됐다.
혼자서 퉁탕대며 노래를 익혔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통「기타」 부대(?)와 만나서 반갑게들 어울렸고 나는 대학(서강대사학료) 1년생이 되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노래는 「아르바이트」로 생각했으나 일과 학교 틈에서 퍽 힘들게 뛰어다녔고 사람들은 나를 학생 가수라고 했다.
통「기타」 못 치면 간첩이라고 하던 때가 그 시절인데 학교 친구들이 최루탄 연기 속에서 『아침이슬』을 합창하는 소리를 듣고 머리카락이 주뼛했었고 그 노래는 이미 내 것이 아니어서 무서웠다.
노래처럼 대중과 가까운 것도 없고 들어서 좋으면 좋은 노래라고 생각된다. 신중현씨가 해온 「그룹」이나 흘러간 가요나 이미자씨의 노래나 「팝·스타일」의 노래나 가릴 것 없이 좋은 건 좋은 것이다.
대마초 사건 덕에 좋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들이 그만 푹 쉬게 되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가요계도 이런 저런 노래가 각양각색으로 나와야 그 중에서 추러지는 법이다.
법석거리고 자주 만들어내고 가지 칠 것은 치고, 그러다 보면 좋은 열매를 맺는 가지가 남게 된다.
대중처럼 정확히 또박또박 반응을 돌려보내는 상대도 없다.
「디스크」 제작자들은 장사되는 노래와, 좋긴 하지만 장사가 안 되는 노래로 나누고 있으나 강사가 안 되더라도 좋은 노래는 「디스크」로 나왔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학비마련이 되면 학교가고, 형편이 안되면 못 가고 하면서 작년에 드디어 8년만에 졸업을 하니까 정말 「사회인」이 된 셈인데 이미 9년 동안 사회생활은 한 터이고 참 막막하다.
8년간 적을 두고 있으면서 방송과 노래 일 하면서도 『난 학생이니까….』로 버텼는데 그나마 이젠 학생도 아니니까 봐달랄 수도 없다. 결국 계속해서 좋은 노래로 가요를 아끼는 여러분들에게 보답하는 길뿐인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