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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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776년1월 미국의「필라델피아」에서 얄팍한 「맴플릿」한 권이 발간되었다. 제목은 『코먼·센스』-. 상식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삽시간에 「베스트셀러」를 기록, 그 무렵 미국인구의 6분의1에 상당한 50만부가 팔렸다.
저자「도머스·페인」은 성서나 합리적사고를 내세우며 미국이 영국의 국왕에 충성을 바치는 것은 어리석다고 주장했다.
그후 반년만에 선포된「토머스·제퍼슨」의 『독립선언』은 바로 이「코먼·젠스」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었다.
미국의 독립이 웅변가나 투사보다는 백면서생의 『상식』 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여간 흥미 있는 일이 아니다.
상식이란 일반적으로 특정의 공동체에서 어느 시기에 널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승인되고 있는 의견, 또는 사회감정의 총체다. 원어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감각」 이다.
물론 이것은 그 사회의 경험이 축적된 것에 지나지 않지만, 학문적 지식과는 달리 자명한 계율로서 그대로 인간행위의 사회적 규범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상식은 사회생활에 필요불가결한 행위적·실제적인 지식」이기도 하다.
이런 상식은 철학의 경지에까지 이르러 「상식학파」를 형성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에서 비롯된「계몽철학」의 한 형태로서「T·리드」같은 철학자는 상식을『자명한 근본진리를 직각 하는 능력』으로, 모든 사람이 날때부터 고루 지니고 있다고 설파했다. 「리드」는 상식을 인간의 보편적인 공통의식으로써 진리의 사정기준으로 삼으려 했다.
상식의 원리는 결국 법의 정신으로도 발전했다. 영미법계의 법제인「코먼·로」가 바로 그런 것이다. 부문율, 이른바 『제정되지않은 법』 으로, 관습이나 상식을 존중한다.
「배심제」와 같은 제도도 이런 발상의 하나다. 市民 가운데 선출된 일정수의 배심원이 심판 또는 기소에 참여한다. 이들은 이른바 「법률전문가」가 아니다. 영국에선 벌써 12,13세기부터 이런 제도가 발달했었다. 처음에는 증인으로 또는 범죄사실의 보고자였으나 마침내는 소를 제기하고 스스로 심리을 행하게 되었다.
이들 배심원의 심판기준은 물론 건실한 상식률이다.
각설하고- 우리는 그 동안 너무「상식」을 잃어버리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우리의 일상을 휩싸고 있는 정치도, 재판도, 입법도 모두 상식의 율로는 도무지 생각 조차할 수 없는 일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이른바 긴급조치 9호가 그 전형적인 실 예다. 더구나 법관의 판결이 상식을 일탈할 때 얼마나 많은 분노와 실망을 낳는가. 법리가 아무리 정교해도 상식에 어굿나면그것은 벌써 설득력을 의심받게된다.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 그것은 새시대의 모습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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