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신여성들의 性·사랑 '엿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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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일제 강점기 조선의 개화 여성들은 성(性).사랑.결혼 등 일상사에 대한 고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전통적 여성상과는 다른 새로운 여성의 모습은 '신여자'(1920년 창간), '신여성'(1923년 창간) 등 여성잡지에 실린 60여편의 고백담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10년대부터 40년대까지 간행된 20여 종의 여성 잡지들을 통해 당시까지 신여성들의 연애.여가.미의식 등 일상문화를 살펴보는 세미나가 열린다.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소장 김한상) 주최로 15일 오후 2시부터 5시30분까지 경희대 한누리소극장에서 개최된다.

'여성 고백담과 성.사랑.결혼'을 발표하는 이정희(경희대)박사는 "이 시기 신여성들에게 자유연애는 단순히 자연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인습에 따르지 않고 개인이 주체로 서는 근대적 삶의 형식을 선택한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면서 "내밀한 체험과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결국은 봉건적 가족제도나 남성 중심의 성 규범을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李박사는 또 "자유와 평등 같은 근대적 가치를 신여성들이 성.사랑.결혼이라는 개인적 영역에서 추구해 가는 과정은 곧 자유주의 여권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윤선자(고려대)박사는 '여성들의 여가 경향 연구'라는 발표에서 영화.라디오.축음기 등의 등장과 함께 대두한 근대적 대중문화에 대해 여성들은 단순히 휴식과 기분전환이 아니라 "자기발전이나 사회봉사로서의 기능에 훨씬 더 많은 중요성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맹문재(중앙대)박사는 '여성의 미의식과 미용문화'라는 글을 통해 개화의 물결에 따른 의복과 단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이후 여성의 미의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본다.

학술대회를 기획한 이화형 경희대(국문과)교수는 "최근 한국의 근대성을 탐색하는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정작 조선의 여성이 서구화의 물결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해 갔는지를 살펴보는 논의는 적었다"면서 "이번 대회가 신여성들의 삶을 통해 근대 사회의 명암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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