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경제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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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과「이란」의 이른바「경제전쟁」은 날로 가열되는 인상이다. 두나라는 미국은행들에 예치되어있는「이란」의「오일·달러」를 놓고 이 순간에도 숨가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특정외국재산의 동결은 혼히 전쟁이나 외교단절 일보전의 상태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조치다. 중공이 대륙을 석권할 무렵에도 미국은 중국대륙안의 미국재산과 예금인출을 선언했었다. 중공은물론 이들의 동결을 명령, 대응했다. 이때의 상흔은 아직도 두나라 사이에 미결의 장으로 남아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행에의「이란」정부예차금은 1백2O억「달러」에 달한다. 이가운데 상당액수는 무기대금 선불예치금이라고 한다.「이란」의 칼자루는「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쪽에서 쥐고있는 셈이다.
세계은행(IBRD)은 산유국들의「오일·머니」가 1980년도에 이르면 무려 8천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한 일이 있었다.
최근의 석유생산고와 가격인상추세에 따르면 그 누계는 더욱 늘어 9천5백억「달러」나 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어느편이든 천문학적인 수자임엔 틀림없다.
이「오일·머니」는 절반 이상이 미국과「유러」은행에 예치되어 있다. 26%는 미국에, 25%는「유러」은행에―. 미·英 이외의 선진국에도 19%나 홀러들어가 있다. 개발도상국엔 14%.
주목할 일은「유러」은행의「오일·머니」예치금은 해마다 줄어들고, 반면 미국에선 오히려 늘어 나는 추세다. 미국에 밀려들어 온「오일·머니」가운데 단기은행예금은 줄어들고, 중장기채권과 예금이 늘고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주식투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산유국들은 자본참가의 형식을 통해 미국의 기업에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선진기술습득의 길을 열어주며, 다론 한편 미국식 근대경영방식을 터득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특히「이란」은 선진국 대기업들의 주식을 대량으로 취득, 자본참여의 기회와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미국뿐아니라 그 대상국은「유럽」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서독철강회사「그룹」의 주식을 25%나 취득한 일도 있었다.
따라서 미·「이란」사이의 경제전쟁은 그 충격이「뉴욕」의 금융시장은 물론 기업들에까지 파급될 것이다.
오늘의 다국적기업시대엔 이런 정치분쟁이 경제분쟁으로, 그것은 다시 기업들을 위협하게 된다. 국가간의 경제관계가 더욱 복잡해질수록 이런 현상도 더욱「타이트」해질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와같은 현실은 전쟁억제의 장치로도 작용을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이란」의 번 긴장은 이를테면 석유소비국과 산유국사이에 각자의 능력과 한계를 시험하는 하나의 실험인 것도 같아 더욱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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