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성근 후보자, 스스로 거취 고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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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직후보자와 청문위원이 대면해 눈빛과 호흡, 언어를 교환하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태도가 낱낱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가 있다. 엊그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정 후보자의 거짓말·허위증언이 문제가 되었다. 위증 문제는 그동안 정 후보자에 대해 제기됐던 음주운전 사건이나 가족의 미국 영주권 취득 의혹 등과 종류가 다른 악성 사안이다.

 정 후보자는 1987년 서울 일원동 기자 아파트를 3800만원에 분양받아 4개월 만에 임모씨한테 8000만원에 되팔았다. 그는 인사청문회 답변에선 3년6개월 동안 실제로 살았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3년간 전매금지가 실행되던 때였다. 임씨 이름의 가등기는 아파트를 사면서 임씨한테 8000만원을 빌려 채무 보증용으로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설명까지 붙였다. 이에 대해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8년 정 후보자로부터 8000만원에 아파트를 구입해 처음부터 살았다. 기자들만 분양받을 수 있어 기자에게 돈을 주고 샀다”는 내용이 담긴 임씨의 녹음 파일을 틀었다. 유 의원은 양도세를 탈루하기 위해 비과세 특례기간 3년이 지난 뒤 집을 되판 것처럼 꾸민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오후 답변에서 정 후보자는 “생방송을 보던 아내가 전화를 해 ‘당시 관행적으로 그렇게 했는데 당신, 왜 기억을 못하느냐’고 했다.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물러섰다.

 무슨 생일 선물을 주고 받은 것도 아니고 30여 평 아파트를 사고파는 문제, 자신이 수년간 실제로 거주했는지 여부에 대해 오전과 오후 180도 다른 답변을 내놓은 게 놀라울 뿐이다. 본인 스스로 거짓말을 했다고 인정한 만큼 한국 정부의 공식 대변인을 겸하는 문화부 장관 자리에 어울리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마친 뒤 후보에서 사퇴한 것도 해외여행 비행기표를 누가 끊어줬는지에 대한 위증이 문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소할지 몰라도 거짓말은 중대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