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군 의왕면 성나자로마을 오전국민학교|미감아와 일반 학생이 단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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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감아(미감아) - 이름이 말해주듯 「감염되지 않은」어린이들. 그러나 이들은 나환자부모에게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주위의 눈총과 질시속에 취학의 권리마저도 거부당하곤 한다.
이런 미감아들이 여느 어린이들과 함께 뛰놀며 교육을 받는 학교가 있다. 경기도 시흥군 의왕면의 음성나환자 자활촌인 성「라자로」마을입구에 있는 오전국민학교. 정확히 말하자면 고천국민학교 오전분교다.
오전분교는 지난 64년 성「라자로」마을 미감아들의 교육을 위해 설치됐다. 개교당시의 학생 수는 불과 3명, 명칭도 분교 아닌 분실이었다. 학생은 물론 모두 미감아였다.
이 분실에 일반학생이 한명 두명 입학하게 된 것은 7년 전 이곳 자활촌에 외부인이 세 들어와 어울려 살게되면서부터다. 부모들을 따라 어린이들도 동네에서 미감아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게됐다. 학교에도 함께 다니게 됐다.
가까운데 분교를 두고 먼 학교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부모들의 생각에서였다.
음성나환자나 미감아가 나명을 전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이곳 주민들이나 어린이들은 다른 지방에서 종종 들리는 미감아 등교거부 같은 말썽이 통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오전분실은 점차 「미감아학교」라는 인상이 지워지게 됐다. 부근 동네의 다른 학부모들도 자녀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개교 15년, 그 동안 졸업생 51명을 배출했다.
이젠 학생 80명·교사 3명의 어엿한 분교로 성장했다. 학생 중 절반이상이 일반학생이다.
오전분교는 미감아를 위해 설립된 학교에 일반학생을 흡수함으로써 이들을 자연스럽게 융화시킨 흔치 않은 성공사례로 꼽힌다.
오전분교 장태범 주임교사는 『학생들 사이에 아무런 거리감도 없을 뿐 아니라 학생수도 단촐해 오히려 교육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특히 인근마을 유지들로 구성된 장학회에서 매월 학생들에게 학용품을 선물하고 있고 졸업생 전원에게는 중학교 입학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이곳 마을에 자리잡고있는 한국나병연구원 원장 김도일 박사는 『지금까지의 나병에 대한 계몽이 나환자에 대한 나쁜 감정만 심어주어 충돌이 잦았다』고 지적하고 일반인들과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양=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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