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상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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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0년대의 한국문학이 저물어간다. 그것은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함께 막을 열었고 「참여」논쟁, 문학의 정치화논쟁, 새로운 「리얼리즘」문제등이 명멸하기드 했다. 그러나 주조는 어디까지나 문학의 상업화문제로 끝났다고 해도 좋겠다. 대중문학이 문학의 독자층을 확대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치못한다.
그러나 독자층의 확대가 바로 문학의 세계를 풍요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대중음악의 압도적인 유행이 음악 그 자체의 질을 높이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물론 대중문학, 또는 상업주의문학이 나쁠 수는 없다. 대중에게는 대중을 위한 문화가 있어야할 것이며, 그것은 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고도의 산업사회는 소비문화를 낳기 마련이며, 그것은 또 교육의 보급과 함께 문화 상품의 소비층을 확대시키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중의 기호를 위하여 대중문학이 생긴 것이지, 대중문학이 문학의 독자층의 저변확대를 마련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 있어 우리는「매스·미디어」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매스·미디어」가 비록 상업주의문학을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키워내고 문학의 상업화에 박차를 가해주었음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것은 문학의 세계를 평면화시키는 작용을 해왔다.
비록 외적인 여러가지 제약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70년대에는 다른나라 작가들이 부러워 할만큼 문학적인 소재나 주제가 풍부했던 기간이었다.
산업사회의 성강과 함께 새롭고 다양한 인간상들을 탄생시켰고 새로운 가치들의 등장과 함께 무더져가는 묵은 가치의 세계의 만가릍 듣기도 했다. 가족을 무너뜨려가는 어지러운 풍속도의 난무을 보기도 했다.
이런 것들은 모두 한국문학의 지평선을 다시 없이 심화시키고 확대시키고 그 세계를 풍요하게 만들어 마땅했다.
그러나 우리가 목격한 것은 문학의 빈곤화뿐이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것이다. 그것은 뭣보다도 작가의 이즈러진 현실감각과 그릇된 시대의식에서 비롯했다고 보게 된다.
대중문학은 그「대중」성에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다.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해서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문학의 가치는 어디까지나 새가치의 창조에 있으며 가치창조를 위한 끊임없는 모색과 회의와 도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때에만 고귀해진다.
오늘의 일부 작가들에 의한 대중문학에 대하여 화살을 돌리게 되는 것도 단순히 그 상업성때문이 아니라 실은 그들이 오늘의 가치세계를 별다른 회의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데 있다.
단순한 대중성에의 순응만이 아니라 통속적인 일상성속에 문학의 의미와 가치를 매몰시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문학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좇는다. 그리고 현실을 앞선다. 70년대의 문학현상은 70년대의 사회현실을 바탕으로한 동시에 새로이 전개될 80년대를 전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뜻에서 문학의 상업화는 80년대에 더욱 활발해질것이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것은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는 새문학의 등장이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는 어디까지나 강인하고 전향적인 문학정신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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