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주택 개량사업의 보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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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무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농촌주택 개량사업의 방향이 내년부터 바뀐다. 이 사업의 대상지역을 지금까지의 도로변 등 경관위주에서 벗어나 수해상습지·산사태 위험지·광산촌 등지부터 하기로 하고, 주택모양도 지방특색을 살려 한옥형·합각형 등 재래형에 역점을 두되 한마을에 같은 한옥 주택이 편중 배치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 등이 그 골자인바, 77년 9월이래 2년여에 걸쳐 추진된 농촌주택개량사업의 문제점을 보완한 올바른 정책전환이라 할 수 있다.
지난4윌 개량대상 농가를 축소 조정한데 이어 금년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의 수정이 가해진 셈이지만, 수 백 년을 두고 내려 온 우리농촌의 생활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킨다는 거창한 이 사업의 성격에 비추어 방법상 문제점이 생길 때마다 이를 고친다는 것은 망연한 일일 것이다.
그 동안 이 사업의 수혜지역이 가갈적인 도로변에 편중되고, 정작 주택개량의 필요성이 화급한 수해 상습지·산사태 위험지역·광산 촌 등이 소외되었다는 것은. 선후전도라는 인상을 주어온 것이 사실이다.
또 농가의 부담능력은 생각지 않고 행정 위주의 획일적이고 다분히 전시 효과 만을 노린 듯 한 개량사업을 함으로써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겼던 것도 부인키 어렵다.
농촌의 현실을 고려치 않은 경관위주의 무리한 사업추진 때문에 일부 능력 없는 농가가 타향으로 이사를 하지 앉을 수 없었던 것은 그 대표적인 부작용이라 할 것이다.
외양간이나 헛간이 없는 주택을 짓게 한다든지 무조건 도시형 주택을 모방토록 한 것등 은 단기적인 성과만을 노린 시행착오란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뒤늦게나마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한 개선책이 강구되고 있는 것은 행정이 경직의 타성을 벗어나는 증좌라 할 것이다.
특히 광산의 폐석이 쌓인 광산촌이나 수해상습지·산사태 위험 지구의 주택이 방치됨으로써 지난여름 수해 때 막대한 피해를 본 뼈아픈 경험이 이번 방향전환에 반영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물론 도로변의 주택이 도시 못지 않게 훌륭하게 지어지고 경관이 나아지고 있는 것이 시비의 대상일 수는 없다.
다만 국가적 시혜의 균형이라는 면에서도 그렇거니와 경관위주의 농촌주택 개량은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 때문에 이제는 당장 재해의 위험이 큰 지역뿐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오지의 농가개량에까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무부의 개선책에 따라 지방의 특색을 외면한 획일적인 개량사업은 지양될 것으로 믿지만, 전통과의 조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현대화」라면 의례 오래된 것은 모두 일소해버리려는 경향, 그래서 농가 개량하면 초가지붕은 모조리 없애고 기와를 올려야 한다는 식의 고식적인 사고방식은 이 기회에 불식되어야 한다.
후세에 전해질 가치가 있는 전통가옥은 와가건 초가 건 그 보전에 힘 써야 할 것은 물론이고 예컨대 헛간이나 외양간의 초가지붕은 그대로 두는 것이 경관을 위해서도 오히려 낫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모든 개발투자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농어촌에 대한 개발투자는 꾸준히 계획성 있게 함으로써 그 성과가 서서히 드러나는 것인 만큼 농가개량 사업도 농촌의 소득 향상에 맞추어 서두르지 말고 단계적으로 착실히 추진하는 것이 보다 핵심적인 방안임을 거듭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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