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안보 공동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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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12차 한미안보협의회가 3일간 회의 끝에 19일 공동설명을 발표하고 폐막됐다.
이번 회의는 한국에서의 공동방위능력을 강화할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합의를 이룩함으로써 두 나라간의 안보협력관계를 어느 때보다 심화·구체화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번 회의는 지난 1년간 격변을 거듭한 새로운 세계군사정세에서 한국의 안보비중을 평가하는 미국의 눈(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볼 수 있는 구체적 기회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됐던 것인데, 이날 발표된 공동여명은 미국이 한국안보에 대해 새로운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동성명에서 양측이 한국의 안보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주축」이 된다고 한 것은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 때도 나왔던 강한 표현이지만, 미국 측이 이번에 한국안보가 미국안보에 「필수적」(vital)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서 한국안보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그만큼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동성명에서 보여준 양국의 안보인식의 일치는 다행스러운 일이며, 이것이 북괴군증강과 소련 군사력팽창 등 달라진 정세에서 나온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보면 우선 한국공군의 증강을 위해 82년부터 F-16신예기의 대한판매를 허용하고 F-5E초음속 전투기 및 F-5F훈련기를 한국에서 공동 생산키로 했으며 방위산업육성을 위한 기술·장비판매, 전쟁예비물자의 보급·비축 등을 위한 공동노력에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증강조치로 미2사단에 2개 포병대대를 추가로 배치하고 「헬리콥터」부연를 증강하며, A-10근접 지원기 24대와 「나는 레이다 기지」로 불리는 E-3A조기췌보통제기, P-3 대준함초계기등을 추가로 배치키로 했다.
이를 볼때 주한미군1진의 철수를 강행하면서 철군보완책으로 12대의 F-4D「팬텀」기를 제공하면서도 그토록 생색을 내던 1년전의 미국자세와는 판이함을 알 수 있다. F-16 신예기는 우리측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이 오랫동안 대한판매를 꺼려오던 기종이며, F-5E기의 공동생산도 당초 82년으로 예정했던 것을 이번에 81년으로 앞당기게 된 것이다. 또 주 한미공군에 배치될 A-10근접지원기도 가공 할 대전차용 최신예기로 알려진 것이다.
이밖에도 공동성명에서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방위산업 기술제공에 있어 3등급에 속해있던 한국을 2등급으로 격상시킴으로써 고도정밀 무기의 기술제공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나 미7함대와 극동 미 공군에 신예기를 배치하는 등 크게 세력을 증강시키기로 한 것도 한국안보와, 나아가서는 아-태지역의 군사력 균현을 위해 다행스런 조치로 볼 수 있다.
「팀·스피리트」훈련비중 미 의회가 삭감했던 분을 회복시키겠다는 약속이나 B「그룹」무기판매 대상국이지만 사실상 A「그룹」의 최혜국대우를 하겠다는 약속도 연합훈련의 강화와 국군의 장비현대화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다.
이처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위력증강합의는 한국안보뿐 아니라 달라진 아-태지역의 군사정세에 대응해야하는 미국의 이익에도 유익함은 말할 것도 없고, 또 사실 미국의 무기수출과 바로 연결되는 한국의 군비증액에 대한 미측의 상응한 조치라는 성격도 없지 앉을 것이다.
아뭏든 우리는 이번 안보협의회를 통해 이룩된 구체적인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더욱 성과 있고 알찬 협력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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