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능 약해진 서독의 대학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고등교육의 탁월성 추구』에 관한 국제「세미나」가 10∼14일 계명대학교(대구)에서 열렸다. 국내의 학자 20여명이 발표한 주제가운데 『사회변화와 대학풍토』를 주제로 한 「루츠·코흐」박사(서독「쾰른」사범대학고등교육자문관)의 발표내용과 이 주제에 대한 김승한씨(중앙일보주필)의 논평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회변화와 대학풍토」「코흐」박사 발언내용 분석>
「루츠·코흐」박사는 2차대전후 서구사회에서의 고등교육은 『「엘리트」교육에서 대중고등교육으로』변모되었다고 지적한다.
즉 연구기관인 대학을 학교로 만들어 대학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의 하나였던 연구활동을 저해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2중적인 기능 때문에 대학들은 한편으로는 학문과 연구를 촉성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분야의 직업교육기관까지 겸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대학에서의 학문이란 2차적인 것이 되어 버렸으며 지식이나 이론적 통찰력이란 실용성에 비하면 그 중요성이 덜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같은 전환은 교수들의 수업방법은 물론 교육의 내용과 연구의 조직에 있어서도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이로 인해 교수들은 학문과 실제중심의 학생교육사이의 갈등을 갖게 되고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교수들은 오히려 연구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고 학생교육을 등한시하게 됐다. 즉 교수들은 학문자체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실질적인 학생교육을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게 된 것이며 이에 반해 학생들은 그 반대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 것이다.
결국 오늘날의 대중대학의 특색은 두 가지로 집약되는데 그 하나가 대학이 연구의 중심일 뿐 아니라 동시에 직업훈련을 위한 학교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대학들의 공통적인 특색은 학문연구와 학생의 직업적인 요구를 바람직하게 조화시키는데 곤란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또 학생들의 학습동기와 관련된 것인 동시에 교수의 역할정립상 일어나고 있는 고난이기도 하다. 이러한 갈등은 학생 쪽에 있어서는 자기 중심주의 방향에 대한 회의로 나타나고 교수 쪽에 있어서는 학생교육에 대한 어떤 불만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런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대의 대학들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주제발표에 대해 김승한씨는 대학의 이러한 변화는 비단 독일의 경우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멀지 않은 장래에 모든 지원자를 대학이 수용해야 할 추세에 있어 대학이 「엘리트」교육기관으로서의 구실을 잃게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고등교육기관이 받아들여야 할 외적인 압력으로 첫째 국민적 교육열, 둘째 고착관념처럼 되어버린 대학졸업장과 취직의 기회를 동일시하는 습관, 셋째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에 대한 국가적 요청 등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한국적 상황에서 대학의 기능을 살리는 방안으로는 소수의 천재적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수용해서 특수한 교육과정을 밟게 할 대학을 따로 만들든지 아니면 대학교육을 받았다해서 별로 이익이 될 수 없는 대다수 고교졸업자들을 수용, 이들에게 정선된 기능·직업교육을 실시하는 교육기관을 따로 둔다든지 하는 일이 고려될 수 있겠으나 실제로는 어느 것도 실현가능성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대학당국자나 교수들은 자신들의 기능을 어떻게 하면 대학 안팎의 많은 연구기관들과 가장 효과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겠느냐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