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TG, 첫 챔프 1승 앞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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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연장전에 앞서 공연을 마치고 들어가는 치어리더들도 기진맥진했다. 그러나 마지막 심장 한 덩이라도 던져넣겠다는 사나이들의 다짐 앞에서 치악체육관의 코트 양편에 우뚝 선 골대조차 녹아내릴 듯했다. 비장미로 가득찬 이 2시간31분에 걸친 격전의 끝에서 원주도 대구도 전율했다.

마지막에야 주인공을 알 수 있는 드라마. TG가 살아남았다. TG는 11일 벌어진 동양과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에서 데이비드 잭슨(34득점)의 결승골에 힘입어 98-97로 승리, 3승2패로 앞섰다. 대망의 우승까지는 단 1승만이 남았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세차례 연장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마지막 연장에 들어갈 때, TG는 '빈 손'이었다. 김주성(12득점.9리바운드)은 4쿼터에 5반칙으로 물러났고 허재(8득점.7어시스트)는 1차 연장 도중 부상해 들것에 실려나갔다. 3차 연장 47초 만에 리온 데릭스(26득점)가 5파울로 물러나면서 TG는 무장해제 상태가 됐다. 잭슨은 탈진 직전이었다.

물먹은 솜처럼 흐느적거리던 잭슨이 경기 종료 1분19초를 남기고 오른쪽 45도 지점에서 힘겹게 점프, 바스켓을 겨냥했다. 볼은 좀처럼 손을 떠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강렬한 회전을 먹은 볼은 날카로운 포물선을 그렸다. 볼이 허공을 나는 동안, 시간은 마치 영겁으로 치닫는 듯했다. 명중. 스코어가 98-94로 벌어졌다.

동양은 다급했다. 김병철(22득점)이 3점라인 훨씬 밖에서 장거리포를 터뜨려 1점차로 좁힌 다음, 동양의 김진 감독은 종료 12초를 남기고 교체멤버 이정래로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종료 직전 이정래가 오른쪽 코너에서 던진 슛이 빗나가면서 동양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허재는 쓰러졌다. 쓰러진 허재에게서 지난 20여년간 그에게 열광해온 농구팬들은 세월의 무상함을 보았다. 지친 나머지 다리가 풀린 허재는 드리블하다 쓰러져 볼을 놓쳤고 그 볼을 되찾기 위해 몸을 던졌다가 동양의 마르커스 힉스(26득점)와 부딪쳐 왼쪽 갈비뼈를 다쳤다. 6,7차전은 뛰기 어려울 것 같다.

원주=허진석.백성호 기자

▶TG 전창진 감독

오늘 승리는 신이 주신 선물이다. 동양의 베스트 5와 마지막에 뛴 TG 식스맨들은 분명 기량 차이가 있었다. 이긴 것은 정신력의 승리였다. 선수들에게 '챔피언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동양 김진 감독

원정 경기라 초반에는 분위기에 휘둘렸다. 간신히 잡았지만 막판에 또 흔들렸다. 그래도 잘 싸웠다. 적지에서 최선을 다했다. TG는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동양이 체력에서 앞서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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