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골드먼삭스, 이젠 도덕성 싸고 비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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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법정관리 신청을 두고 빚어진 진로와 골드먼삭스 간의 갈등이 양측 간의 도덕성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진로는 11일 "골드먼삭스가 그동안 진로의 자문활동을 하면서 얻은 기업비밀을 이용해 채권을 사모은 뒤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를 해왔다"며 골드먼삭스 측이 진로 측에 보낸 편지 등 관련 자료를 법정관리 신청을 심의 중인 서울지법에 제출했다.

진로에 따르면 골드먼삭스는 2001년 진로가 보증한 진로 홍콩법인의 금리연동부사채(FRN) 약 2천8백만달러어치를 전액 변제하라고 요구하면서 상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진로 관계자는 "화의인가 조건에 다른 채권자들의 동의 없이 특정 채권자에게 우선 변제할 수 없도록 돼 있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골드먼삭스는 진로건설.진로유통과 진로홍콩의 파산신청을 내고 일본 법원에 진로 상표권을 가압류하는 등 외자유치를 방해했다는 게 진로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골드먼삭스는 "진로의 홍콩법인 채권은 한국 내 화의절차와 관계가 없으며 정당한 방법으로 매입했다"고 반박했다.

골드먼삭스 측은 또 외자유치 과정에서 진로의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됐으며 이는 현 지배주주들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골드먼삭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진로의 기업가치는 외자유치 규모인 1조6백억원의 두배 가량인 1조9천억~2조4천억원대로 보고 있다"며 "기업가치가 낮아진 만큼 채권단이 돌려받게 될 액수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진로 측은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평가한 가격이며 외자유치 규모가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골드먼삭스의 홍보대행사인 메리트버슨마스텔러의 관계자는 "골드먼삭스는 진로가 지배주주들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회사를 낮은 가격에 넘기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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