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인류학적비교|공업화에의 저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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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평론가들이나 사회철학자들은 가족의 해체를 예언해왔거나 아니면 가족이 『그 기능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하고 그 증거로 증가하는 이혼율, 혼외자녀출생율의 증대, 부모의 권위실추, 성적개방성, 결혼하지 않은 동거생활, 심지어 여성해방운동등을 지적해왔다.
전통적인 가족유형이 공업체계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변해온 것은 틀림없으나 아직도 전통적 가족의 많은 요소들이 존속되고 있다. 여기서 인과관계는 분명한 것같다. 새로운 시장경제는 가족생활과는 별로 상관없이 생산성을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공업화가 요청하는 기술적인 시장의 수요는 가족연고보다는 기능을, 가족의 안정 보다는 개인을, 그리고 가족에 대한 충성심 보다는 개인적인 기회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강조한다.
또 공업체계속에서 보상을 거두는 장본인은 가족이 아니라 개인인 것이다. 따라서 가족주의 중심의 생활에 투자함으로써 얻는 이윤의 한계(마진)가 줄어들기 때문에 개인이 집단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동기가 그만큼 축소되고, 결과적으로 전통적 가족의 사회통제과정의 요소가 약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가족이 여러점에서 공업화에 저항하기도 한다. 그 까닭은 시장경제나 개인혼자서 충족시킬 수 없는 많은 필요한 기능들을 가족이 수행하기 때문이다.
전통적 가족의 많은 요소들은 사회 그 자체뿐 아니라 공업체계의 존속을 위해서 유지되기도한다. 요컨대 전통적 가족은 공업사회의 시장경제의 세력과 또 한편으로는 전통적 가족 생활자체에 아직도 내재하는 여러가지 이점에 적응하면서 진화되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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