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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아침에 일어나면 어느새서릿기 내린 싸늘한 대기며 목덜미에 끼치는 대얏물의 차가움은 얼마나 흐뭇하냐!
추녀끝으로 낙엽진 가지새로
뚫릴 듯 들여다뵈는 짓푸러만 가는 저 심연은
나를 찾아 너 잘있었느냐? 새삼묻는 듯.
여태 살갗으로만 희롱하고 법석이든 것들이
이제는 골격깊이로 스미며 느껴오는 것이다.
나날이 드러나는 먼산 그늘 젖은 검은 암석이며
홀홀 벗기는 벌거숭이 과목들은 그대로 여지없이 패잔함이 아니라
다시 더 크게 거듭날모습을 위하여 다른길로 작업하는 무진한 노력-차라리 나를 사납게 구는자를 솔직이 인식 하므로
한걸음 물러섬으로써 도로 열걸음을 뻗쳐 내디딜 그런힘을 마련키에 안으로 가만히 애쓰는 것이다. 스스로 깨물고 견디는 것이다.
청마는 l908년 경남충무시에서 출생, 연고전문문과에 잠시 적을 두었으며 31년「문예월간」에 시『쟁적』으로 문단에「데뷔」했다. 세상을 떠날때까지 40여년동안 14권의 시집과 수상록을 발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그의 시는 생활과 자연,애련과 의지,허무와신를 주제로 하고있으며특별한 시적인 굴절없이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전해져 많은 독자들에게 애송되어왔다.
그가 별세한뒤 그의 오랜 연고지인 경주에 그의 시비가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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