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조랑말이 산을 지키다|산림청서 4마리 구입 산림 순시원 타고 다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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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옛날 혼례 때 신랑을 태우거나 달구지를 끌던 제주명물 조랑말이 어엿한 순산마로 강원도 험준한 산을 누비고 있다.
산림청 중부 영림서 춘천 관리소는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제주산 조랑말을 영림서 직원의 순산 때 이용하기 시작했다.
중부 영림서 직원 한사람의 산림 보호 면적이 5천㏊나 돼 책임 지역을 한번 돌아보는데 만도 20여일 이상 걸리는 험준한 태백 준령의 순산 활동을 위해 「산악의 낙타」로 조랑말이 새 일자리를 얻은 것.
춘천 관리소는 한마리에 40만원씩 4마리를 사들여 직원들에게 1개월간 사육법과 승마 훈련을 시킨 뒤 춘성군 동면 상걸리와 화천군 하남면 안평리에 각각 2마리를 배치했다.
조랑말은 체구는 작지만 병에 잘 견디고 체력이 강인하다. 14㎞의 산길을 걸어서 50분, 달릴 경우 30여분이면 거뜬. 적재량은 1백㎏으로 사람의 2배 이상을 나른다.
먹이 값은 하루 6백50원 정도. 밀기울·보리·콩·마른풀 등 하루 7·7㎏만 먹으면 12∼32㎞를 강행군한다.
따라서 도로가 없는 산악 지대의 교통·수송 수단으로, 인력난을 메우는데 안성마춤.
하루에 험준한 산 1백60㏊를 샅샅이 뒤지고 묘목을 등에 싣고 때맞춰 시비를 할 수도 있어 산림 보호 예산을 50% 아낄 수 있었다.
순산 면적을 넓히고 자주 순산 활동을 편 결과 산림 사범과 산불이 줄었다. 조랑말로 순산을 하기 전엔 중림 영림서관내에 연평균 20건의 큰 산불이 났으나 지난해 7월 이후 12건으로 줄었다.
조랑말은 고향인 제주도에서 개 사료 통조림으로 도살되거나 일본식도락가의 횟감으로 수출돼 격감하고 있다.
67년 1만6천9백61마리이던 조랑말이 12년 동안 1만3천8백36마리가 도살되거나 수출돼 지난해 말에는 겨우 3천1백25마리만 남아 보호 조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산림청은 지난 1월 순산마 「세미나」에서 조랑말이 순산마에 적합하다고 결론짓고 올해49마리의 구입 계획을 세우는 한편 지난 7월에 20마리를 우선 들여와 전국의 영림서보호구역에 배정해 산림 보호·자연 보호의 파수꾼이 되도록 했다. <벽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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