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농산물, 중국은 공산품 수입 확대가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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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당국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해 농산물 개방 해법 찾기에 나섰다. 양국 정상이 ‘연내 높은 수준의 FTA 타결’에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한국의 중국산 농산물 개방 여부는 협상 초기부터 타결의 핵심 변수였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일 오후 중국 가오후청 상무부 장관과 통상장관 회의를 하고 FTA 연내 타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장관은 관세 철폐 예외 대상인 초민감 품목을 줄여 관세 철폐 비율을 현재 합의안(수입액 기준 85% 개방)보다 높이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통상당국 관계자는 “협상 시한이 6개월이 채 안 남았기 때문에 양측이 초민감 품목에서 조금씩 더 양보해 협상 속도를 높이자는 데 공감했다”며 “이번 달 열리는 12차 협상의 핵심 의제는 중국산 농산물의 한국 수입과 한국산 공산품의 중국 수입을 각각 확대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의 협상 패턴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보다 FTA에 더 적극적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상렬 광운대 동북아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은 자국 농산물의 수입이 확대되지 않으면 내수시장을 더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려면 중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많은 고추·양파·마늘을 비롯한 농산물(1612개 품목) 대부분을 초민감 품목에 넣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연말 타결을 위해서는 이 중 상당수를 민감 품목(20년간 관세 철폐) 또는 일반품목(10년간 관세 철폐)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200~300%인 마늘·양파 관세율을 낮추는 것도 하나의 타협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연말까지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중국 정부 설득과 함께 국내 농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연말까지 큰 틀에서의 합의가 나올 수는 있어도 완전 타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인민은행은 이날 중국 교통은행 서울지점을 한국 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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