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의 골프야 놀자] 16. 경사지 샷 - 발보다 낮은 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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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평지에서만 즐기는 운동이라면 오히려 재미가 덜 할지도 몰라요. 오르막 내리막이 있고 때론 깊은 러프, 그리고 샌드벙커나 해저드 같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흥미도 더하고 도전의식도 키우는 게 아닌가 해요. 앞으로는 필드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트러블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을 알아보려 합니다. 먼저 그 중 중요한 기본이 되는 '경사면에서의 샷'부터 설명할 게요. 오늘은 공이 발보다 낮은 곳에 있는 경사면에서의 샷입니다. 아마추어뿐 아니라 프로도 가장 실수하기 쉬운 상황이지요. 평지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첫째는 어드레스와 스윙 자세가 불안정해지지요. 둘째는 공이 겨냥한 방향보다 더 오른쪽으로 휘어 날아가게 된다는 점이에요. 클럽에 맞은 공이 지면이 향한 방향(오른편 위쪽)으로 날아가면서 자유낙하운동을 하기 때문에 자연히 페이드성 구질이 나온답니다. 그러니까 이 두가지를 해결하는 변형된 샷이 필요해요. 그럼 어드레스 자세부터 살펴볼 게요. 우선 두 발의 위치가 사진에서처럼 목표보다 약간 왼쪽을 향하도록(노란 선) 섭니다. 페이드성 샷이 나올 것을 감안해 그만큼 왼쪽으로 오(誤)조준을 하는 거예요. 제가 사진에서 셋업 한 대로 샷을 한다면 공은 화살표 방향(빨간 선)으로 날아가게 돼요. 경사 각도가 심할수록 오른쪽으로 휘는 정도도 더 커지므로 상황에 따라 얼마만큼 왼쪽을 조준할 건지 판단하세요. 몇 번 경험해 보면 어느 정도 감각이 생길 거예요. 그 다음에 몸은 발과 공의 높이 차이만큼 낮춥니다. 다리는 마치 말을 탈 때처럼 굽혀야 해요. 하체가 절대적으로 안정돼야 하므로 단단히 고정시키세요. 상체도 평소보다 더 굽혀야 합니다. 물론 경사가 심할수록 더 많이 숙여야지요. 클럽을 쥔 두 손 역시 평소보다 밑으로 가도록 합니다. 이렇게 엉거주춤하게 선 상태이니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무게중심을 발뒤꿈치에 놓는 게 좋아요. 자, 이제 샷입니다.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흔히 이럴 때 공을 세게 때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깨와 팔에 힘이 들어가고 스윙 템포가 빨라지지요. 그건 금물이에요. 정교함을 요구하는 샷이니까 평소보다 더 부드럽고 침착하게 스윙하세요. 가장 중요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몸의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몸이 앞으로 구부러진 상태이므로 백스윙은 평지에서보다는 가파르게 들어 올려야 해요. 백스윙도 평소의 4분의 3 정도로 줄이세요. 풀스윙을 하려다가는 중심이 흔들릴 수 있어요. 폴로스루나 피니시 동작도 간결하게 마치도록 하고요. 대신 평지에서보다 한 클럽 더 길게 잡는 것도 방법이지요. 또 중요한 건 머리예요. 임팩트를 하고 난 뒤 고개를 들지 않는다는 다짐을 하세요. 비정상적인 샷이다 보니 당연히 공이 제대로 날아가는지 궁금하겠지요. 그렇다고 성급하게 눈으로 공을 쫓으려다가는 정확한 임팩트를 보장할 수 없어요. 토핑이 나거나 뒤땅을 치거나, 아니면 엉뚱한 곳으로 공을 때리게 되지요. 고개를 숙인 채 뚫어지게 임팩트 순간을 확인하세요. 다음 주에는 공이 발보다 위에 있을 때를 설명해 드릴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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