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뛰던 사람을 … 이런 게 구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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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은 3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7·30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에 기동민 전 서울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오른쪽)이 당대표회의실을 찾아와 주승용 사무총장(왼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3일 새정치민주연합 허동준 전 동작을 위원장이 김한길·안철수 대표실로 들어와 고함을 질렀다.

 “기동민(사진)하고 나하고 20년 동지인데 당이 이렇게 패륜적 상황을 만들어도 되는 겁니까. 이런 꼬라지를 보고 누가 당에 충성을 해! 이 당이 당대표의 정당입니까?”

이 때문에 주승용 사무총장이 공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난장판이 됐다. 허 전 위원장은 계속 울부짖다시피 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14년 동안 (지역에서) 당을 지켜온 사람한테 최소한 사전 설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가장 친한 동지한테 동지 지역에다 전략공천해 놓고 이게 정상적 당인가. 당당하다면 양 대표가 발표하라고 하세요. 어떻게 (발표를) 대변인 시키나. 안철수 대표가 저보다 당을 오래 지켰나. 피도 눈물도 없습니까!” 그는 당직자들이 팔을 붙들자 “이거 놔, 안 나가. 죽어서 나갈 거야”라며 버텼다. “당이 이런 패륜적인 상황을 만들어도 되는 겁니까. 납득할 만한 근거를 주세요!”

 김한길·안철수 지도부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인 기 전 부시장을 전략공천하기로 한 것은 이번 보궐선거를 ‘박원순 선거’로 치르겠다는 뜻이다. 기 전 부시장은 박 시장과 1기 시정을 함께한 최측근이다. 당초 광주 광산을 출마를 노렸다.

 그런 기 전 부시장을 서울 동작을로 끌어올리는 아이디어는 김한길 대표가 냈다고 한다. 안 대표의 측근인 금태섭 대변인의 전략공천설이 나돌던 곳이다. 이에 허 전 위원장은 친노와 민평련(김근태계) 소속 국회의원 31명의 지지 성명을 이끌어내며 경선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김 대표는 이런 곳에 금 대변인을 전략공천할 경우 ‘윤장현 전략공천’ 같은 역풍을 만날 수 있으니 차라리 박원순 시장의 직계를 공천하자고 제안했고, 안 대표도 동의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허 전 위원장과 같은 486·민평련 출신인 기 전 부시장 카드로 허 전 위원장을 주저앉히려는 아이디어였을 수 있지만 정작 허 전 위원장이 더 크게 반발했다.

금 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 “오전에 (낙천을) 통보받았는데 당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며 결과를 받아들였지만 허 전 위원장은 ‘패륜 공천’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기 전 부시장(1966년생)과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허 전 위원장(1968년생)은 둘 다 고 김근태 전 의원의 보좌진 출신이다.

과거 민주당 시절부터 존재해온 해묵은 계파 갈등마저 재발할 조짐이다. 허 전 위원장을 지지해온 정세균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새정치연합의 7·30 재·보선 후보자 공천원칙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지난 6·4지방선거에 이어 지도부의 독단과 독선적 결정이 도를 넘고 있는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철수계인 한 당직자는 “광주에 내려가서 뛰던 사람을 갑자기 이런 식으로 꽂는 게 말이 되나. 이게 구악이지 뭐냐”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이 이날 동작을처럼 전략공천 지역으로 확정한 수원 지역 3개 선거구(팔달, 영통, 권선구)와 광주 광산을도 분란의 소지가 있다.

 수원은 손학규 상임고문이 출마해 3개 선거구를 이끌어 주는 그림이 아직 유효하지만, 손 고문 출마 지역 이외의 두 곳에 특정 후보를 전략공천할 경우 동작을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광주 광산을도 박광온 대변인의 전략공천이 유력하지만 기존 공천신청자들의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최명길 전 MBC 부국장의 전략공천설이 돌았던 대전 대덕은 최 전 부국장을 포함해 예비후보 5명이 모두 경선하기로 결정하면서 최 전 부국장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날 경선 결정 소식을 전해들은 최 전 부국장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경선을 하더라도 (대덕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박영순 예비후보는 제외해야 한다”고 반발해 역시 공천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

 ◆새누리당, 김문수 출마 계속 설득=새누리당은 서울 동작을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출마를 계속 설득하기로 했다. 김 전 경기지사는 이날 출마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윤상현 사무총장에게 “동작을은 제 자리가 아닌 것 같다”며 불출마 입장을 고수했으나 윤 총장은 면담 후 “아직 문이 닫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삼고초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성우·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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