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용 철도공 본부장 "외압 없어 … 혼자 다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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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8일 공항 보안요원의 보호를 받으며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8일 러시아 측과 계약금 반환협상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공항에서 "하늘에 맹세코 정치권의 외압이나 전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세호 차관이나 신광순 철도공사 사장은 내용을 잘 모른다"며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내가 사업을 제안했고,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계약금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을 돌려받게 됐다. 우리 측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아닌가.

"알파에코 측이 자신들의 귀책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 왜 계약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했나?

"우리가 인수를 포기함으로 인해 (러시아 측 기업을)인수하려던 다른 업체들이 '(철도공사가) 왜 안하려 하는지'에 대해 의혹을 가졌다. 그래서 러시아 측이 당초 매각대금을 (후발업체에)깎아줬다. 그 손실을 우리가 보전해 줬다."

-그 손실을 우리가 보전해줘야 할 이유가 있나?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한 이유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철도청은 연간 2500억원을 석유비용으로 지출한다. 이게 경영압박요인이 될 것으로 보였고, 이를 덜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무리한 과욕으로 이 상황에 이르렀다."

-정치권 결탁설이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늘에 맹세코 정치권의 외압이나 전화는 없었다. 철도재단이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했다."

-한국크루드오일(KCO)의 민간인 지분을 인수할 때 왜 보고를 하지 않았나?

"철도재단의 일을 철도청에 보고할 필요가 있나. 그걸 일일이 다 (보고)한 건 아니다."

-그렇다면 철도재단의 이사장인 신광순 당시 철도청 차장에게는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혼자서 다 알아서 했다."

-박상조 본부장은 당신이 지시해서 신 이사장의 위임장을 위조해 전대월하이앤드 대표에게 주었다고 했다.

"내가 그 일만 하는 것이 아니잖느냐. 그런 세부적인 것은 알아서 하는 거다."

-사업은 누가 제안했나? 허문석 박사인가 당신인가.

"내가 했다."

-이광재 의원을 찾아가 자금조달을 부탁했다던데.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만 좋은 펀드가 어떤 부분인가, 그런 데 대한 얘기를 했을 것이다."

-허문석 박사는 어떤 역할을 했나.

"그분은 유전탐사 기술자로서 나중에 해외유전을 탐사하고 개발할 것에 대비해 우리가 끌어들인 것이다. 별 역할이 없었다."

-허 박사가 정치권과 연루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그런 사람 아니다."

-신광순 사장이나 김세호 차관과는 어떻게 상의했나.

"그분들은 (이 사업을) 잘 모른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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