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세대교체로 정권 되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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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선거에서 패배해 정권을 넘겨준 미국과 유럽 정당들은 어떻게 다음 선거에서 집권에 성공했을까. 그 해법은 당 개혁과 과감한 세대교체다.

현재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이 대표 사례다.

노동당은 1979년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에 정권을 빼앗긴 이후 무려 18년간 야당에 머물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94년 41세의 블레어는 '개혁과 변화'를 기치로 당권에 도전했다.

전통적 좌파노선을 고수한 존 프레스코에 맞서 '새 노동당(New Labour)'의 중도.개혁노선을 주창했다. 이 대결에서 노동당원들은 전 당수 닐 키녹의 '낡은 이미지'가 선거 패인이었다고 판단해 블레어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당 사상 최연소 당수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블레어는 주요 산업 국유화 등의 당 강령까지 포기하면서 과감한 실용주의 노선을 밀고나갔다. 블레어는 97년, 2001년 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했다.

미국에선 68년 패배 이후 8년 만에 재집권한 민주당의 사례가 있다. 민주당은 월남전 확전과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사건 등으로 현직 대통령인 린든 존슨이 출마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당 인기가 추락했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당은 맥거번-프레이저 위원회 등 당 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필사적으로 개혁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실현된 대표적 개혁조치가 공개예비선거제(Open Primary)의 대폭적 확대다. 예비선거제는 당원과 일반국민이 참여해 대선 후보를 뽑는 제도다.

그 결과 민주당이 예비선거제를 치르는 곳은 60년의 12개주에서 80년엔 30개주 이상으로 늘어났다. 민주당은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 일반인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흥행'에 성공, 76년 지미 카터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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