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 난방은 보일러 보조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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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몇 년 전만 해도 단지 흥미의 대상이었던 「태양의 집」이 이젠 우리들의 절실한 주택문제의 일부가 되었다.
74년 서울 관악구 상도동에 처음으로 등장한 「태양의 집」은 현재 전국적으로 33채에 지나지 않지만 두 번째 「오일 쇼크」때라 「흥미의 대상」을 벗어나 「한번 지어서 살아 볼만한 집」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기름 값이 치솟는다면 「태양의 집」이 결코 비싸지 않을 것입니다. 요즈음에는 기름이 필요 없습니다. 태양열만으로도 필요한 온수공급이 가능하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첫 「태양의 집」을 지은 이래원씨는 74년 당시만 해도 그저 호기심의 눈으로 보던 이웃들이 요즘에는 기름 값이 어느 정도 절약되느냐, 건축비가 얼마나 드느냐, 불편하지 않느냐는 등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보일러」시공업자인 이씨의 「태양의 집」은 건평 49평에 이씨 자신이 직접 설계·제작한 6평짜리 태양열 집열기가 장치되어 있다.
무한히 이용될 수 있고 공해가 없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짜라는 점만으로도 개발가치가 충분한 태양열 이용은 애당초 (1930년대) 예상했던 것보다 극복해야할 난관이 많아 지금껏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난관은 값싸고 효율적인 축열장치의 개발이다. 아무리 날씨가 좋다고 할지라도 태양열을 모아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9시간에 지나지 않는 데다 우리나라의 경우 년중 맑은 날씨는 3분의 2정도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별로 문제가 없지만 겨울철엔 다소 불편해요. 태양열만으로 난방 「보일러」를 덥히기 어렵고 또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섭씨 60도 이상의 온수를 얻으려면 하루종일 「보일러」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주택지인 영동에 75년 봄 처음으로 「태양의 집」을 지은 김효철씨 (서울대공대교수)와 김정일씨의 경우 태양열 난방은 겨울철 기름 값이 20%쯤 절약되지만 실용화하기에는 아직 불편한 점이 많다고 실토했다.
두채가 다 서울 강남구 신사도에 지어져있는데 건평 67평에 기름용 「보일러」에다 16평짜리 집열기를 부착한 김씨의 「태양의 집」의 경우 한 겨울철(12~2월)난방에 월 1「드럼」정도 (2만3천2백원)의 기름이 절약된다는 것.
기름 「보일러」만 돌리면 4「드럼」(9만2천8백원)의 기름이 들지만 태양열을 겸용하면 3「드럼」정도 소요된다는 것이다.
5개월 공사 끝에 77년 봄부터 입주시험에 들어갔던 KIST(한국 과학기술 연구고)의 23.5평 2층 양옥 실험용 「태양의 집」의 경우 년 30~40%정도 절유효과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태양의 집」절유효과를 종합해 보면 1·2·12월에는 20%, 3·11월 40%, 4·10월 50%. 5·9월 60%, 6·7·8월에는 80~100%.
때문에 태양열 난방은 현단계로선 기름 「보일러」나 연탄 「보일러」의 보조역할일 수밖에 없다.
「태양의 집」은 <그림>에서처럼 기름용이건 연탄용이건 재래식 「보일러」시설에 태영 집열판·양수「펌프」·냉수 공급을 위한 「탱크」·부동시설에 필요한 열교환기·배관·운영자동화를 위한 제어장치를 별도로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건축비가 비싼 흠이 있다.
『시설기준으로 한다면 평당 20만원쯤 추가로 더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본다면 「태양의 집」은 재래식 「보일러」난방 가옥에 비해 건축비가 평당 30만원쯤 더 든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태양의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의 말이다.
KIST의 「태양의 집」의 경우 총공사비(76년 기준) 1천2백 30만원중 난방시설비가 5백30만원(평당 22만6천원)으로 43%나 치지, 절유효과(연 30~40%_에 비해 「비싼 집」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또 집열판 표면의 먼지·불순물 및 겨울철 축열에 대한 대책, 전국이 동해지대인 우리나라에서는 동파를 예방하는 시설이 추가로 필요한 점, 방수 기술의 미숙, 태양열 이용장치의 국산화가 되어있지 않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점등 「태양의 집」은 아직 불편한 것 같다.
게다가 주택구조 및 난방이 거의 연탄에 기대고 있는 우리의 실정과 전국적으로 집에 난방용 「보일러」시설이나 목욕시설을 갖출 수 있는 주민이 어느 정도이냐를 따져볼 때 「태양의 집」은 아직도 건평 50~60평이상 지을 수 있는 계층에 권고하는 형식이어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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