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공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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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어느 종합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환자가 X선 「테이블」에 누워있었다.
그의 가슴위에 방사기가 서서히 내려왔다. 간호원이 이를 멈추려했다. 그러나 장치의 고장탓인지 멈추지 않았다. 당황한 기술자가 전류「소키트」를 끊어버렸다. 그러나 이미 그 무거운 방사기가 환자 가슴을 눌러죽인 다음이었다.
「마이애미」의 한 병원에서 세 살짜리 어린이가 중이염 치료를 받다 갑자기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죽었다. 사인은 중이염치료장치의 누전에 의한 감전사였다.
미국에서는 매년 적어도 1천2백명의 환자들이 이러한 감전사로고 목숨을 잃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리키」박사의 추계다.
1「암페어」의 2천만분의1 정도의 전기라면 피부를 통해서는 전혀 감각을 느끼지를 못한다.
그러나 그게 가령 심전기를 통해 심장병환자의 심장근처에 통하면 치명적이 된다.
이렇게 감전되기 쉬운 치료장치가 적어도 30가지는 있다.
그만큼 감전사의 사고율도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런때 병원측에서는 사인을 그저 「심장정지」라고 기록해두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의사회에서 몇해전에 발표된 보고다.
우리나라라고 이런 일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특히 방사선과 고압전기를 사용한 치료장치를 제대로 관리, 취급할즐 아는 전문기술자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인 것이다.
21일 서울대학병원에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의공학과가 설치되었다. 그 목적은 병원용 정밀 의료기구의 운영과 관리를 전담하려는 것. 그동안 서울대학병원이 차관으로 도입한 의료기구중에 2만여점이 창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는 설도 있다. 값으론 무려1백50억원어치. 그것들을 제대로 다룰줄 아는 기술자를 찾을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용케 사용하던 것도 한번 고장나면 그만이었다. 다시 외국에 내보내어 수리를 의뢰해야만했다. 그동안 치료는중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설된 의공학과의 운영을 위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의공학을 전공한 박사들을 초빙해 왔다고 한다.
늦었으나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의공학과의 새직원 17명이 어엿한 전문가가 되기까지에는 앞으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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