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과「땀」으로 맺은 친선…|탈바꿈하는 중동「사우디」(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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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관문 「제다」국제공항에 내리면 공항관리가 『꼬렌?』 (한국에서 왔느냐)하고 인사를 건네준다.
친절한 그 표정에는 어색함이 조금도 없다.「사우디」를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체험하게된다는 것이다.
초행길이라 해도 한국인이면「사우디」가 「먼 나라」같은 느낌이 안 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동화 속에서 사막과 낙타을 눈에 익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7만여 명의 한국근로자들이 흘린 땀으로 「사우디」경제개발에 보탬이 되고 한국은 「사우디」에서 외화를 벌어들여 한국과 「사우디」는 이제 그 만큼 가까워진 것이다.

<해외인력의 90%>
면적이 「아라비아」반도의 5분의4를 차지하고있는 반공국가 「사우디」는 생동하는 국가.
석유대국으로 천혜의 부를 누리면서 경제개발이 한창이다.
우리 나라의 10배에 가까운 국토면적이면서도 대부분 사막이어서 경제를 석유자원에 의존해 왔으나 석유경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사회간접투자개발과 인력· 기술개발이 활발하다.
70년부터 시작된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성공리에 끝나고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76∼80년) 기간동안 1천4백40억「달러」의 투자계획으로 각종 「플랜트」·주택·항만공사가 한창이며 사막을 낙토로 바꾸려는 관개사업이 눈부시게 펼쳐지고 있다.
한국이 「사우디」경제개발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75년부터였다.
월남과「괌」에서 익힌 건축·토목 솜씨에 성실·근면함을 인정받은 한국건설업체가 「사우디」 개발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항만· 도로· 기지· 정부청사· 주택·「플랜트」에 이르기까지 한국근로자들의 손이 안 미치는 공사가 거의 없다.
덕택에 한국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현재 「사우디」에 진출한 한국 건설업체만도 66개 업체, 인력이 7만4천6백여 명에 이르고있다. 전체 해외건설 인력진출 8만7천명의 90%가 「사우디」에서 일하고있다.
「사우디」는 최대의 해외건설 시장으로 우리업체가 올린 수주 고는 실로 엄청난 숫자에 달하고있다.
지금까지 실적이 1백33억 「달러」에 이르러 한국의 총 해외건설 수주고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작년 한해 동안만도 64억 「달러」, 77년에는 24억 「달러」, 76년에는 21억 「달러」 어치의 공사를 맡았다.

<원유의존도 58%>
「사우디」건설공사는 이제 제2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현지 진출 한국업체들의 의견이다.
항만·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거의 끝나고 이제는 대량주택· 「플랜트」건설이 본격화되었다.
중부「리야드」에 5만4천 호, 동부「걸프」만 연안지대에 12만5천 호 등 대량 발주된 주택건설에 한국업체의 참여가 눈부시다.
그러나 이제 「사우디」건설시장의 문이 차차 좁아져가 수주경쟁이 가열됨으로써 한국건설업체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터키」· 「예멘」· 「파키스탄」·인도·「필리핀」등 제3국이 값싼 노동력을 대량투입, 공사입찰에 「덤핑」으로 참여, 가격경쟁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근로자의 경우 월 평균 임금이 6백50∼7백 「달러」인데 비해 제3국 임금수준은 한국업체 수준의 절반 또는 3분의1밖에 안 된다. 더구나 「사우디」정부에서도 차차 국내업체에 우선적으로 공사를 주는 경향이어서 한국업체가 공사를 맡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의 대 「사우디」 경제관계는 원유수입 면에서 보아도 중요하다.
1천5백억 「배럴」의 석유매장량을 보유 (현 일산8백인만 「배럴」) , 세계석유매장량의 4분의1을 차지하고있는 「사우디」로부터 한국은 작년 한해동안 총 원유수입 1억7천6백만 「배럴」의 58%를 들여왔다.
한국의 「사우디」로부터의 원유수입은 매년 늘어나 76년에 5천2백만 「배럴」이던 것이 77년에는 8천3백만「배럴」, 78년에는 9천5백만「배럴」이었다.
건설 외에도 「사우디」는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으로서 작년 한해동안 대「사우디」수출고가 7억1천7백만「달러」, 수입이 12억8천1백만「달러」로 무역역조를 나타냈으나 수입의 주종품목은 거의 원유였다.
공휴일이나 주말이면 수도 「리야드」나「제다」·「메카」등 대도시에서 한국인의 모습이 꼭 눈에 띌 정도이며 「제다」 방송국에서는 외국어방송으로는 처음으로 매주2회 20분씩 한국어 방송을 할이 만큼 두 나라 관계가 두터워져 있다.
그러나 한국의 외화벌이 주 시장의 여건은 점차 현지 진출 외국업체에 불리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이 요망되고있다.
노동집약적인 「벽돌쌓기 외화벌이」라는 종래의 건설수출 정책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수주· 「플랜트」수출이나 이미 해 놓은 각종 공사의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연간 석유수입 4백억∼5백억「달러」에 힘입어 유가인상 때마다 세계경제에 충격을 덜 주려는 온건한 「사우디」는 10여 년 전에 비해 학생수가 1천 배로 늘어나고 1인당 국민소득이8천l백만 「달러」에 달하여 소비 수준이 높은 만큼 대「사우디」수출확대를 위해서는 대응 수출상품 개발에도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글 김경철 기자 사진 조동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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