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2억, 집유 1억 … 전관예우 변호사 보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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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검찰 경력 8년쯤 되는 전관 변호사가 구속된 피고인을 무죄 방면시킨다면 수임료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국내 대형 통신사의 금융팀장이었던 A씨는 2011년 거액의 회사 돈을 금융사에 예치해준 대가로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국내 10대 로펌 중 한 곳을 자신의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총 4명의 변호사가 재판에 참여했지만 이 중 변론을 주도한 것은 검찰에서 8년가량 일하고 막 로펌에 합류한 변호사 B씨였다. B씨는 구치소를 수차례 드나들며 변호를 위한 자료를 수집했다. 또 증인들의 진술을 꼼꼼히 대조해 A씨에게 돈을 줬다는 일부 증인의 증언이 어긋난다는 점을 밝혀냈다. 결국 A씨는 1~3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끄고 나자 A씨의 마음이 변했다. 무죄가 나오면 주기로 했던 성공보수 지급을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결국 로펌은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가 맺은 소송위임계약 조건이 공개됐다. 착수금은 3000만원으로 계약과 동시에 지급했다. 성공보수는 결과에 따라 달리 주기로 했다. 검찰이 불기소 또는 약식기소 하거나 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2억원, 집행유예의 경우 1억원, 3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경우 5000만원이었다. A씨는 “그 조건에 계약한 것은 맞지만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35부(재판장 이성구)는 “재판 도중 낸 비용을 제외한 1억5700만원을 로펌에 지급하라”며 사실상 로펌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동 피고인 7명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을 정도로 어려운 사건이었으니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가 계약 전에 상담했던 다른 로펌도 비슷한 수임료를 제시한 점도 고려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정도의 수임료는 통상의 사건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구속 상태에서 수사 및 재판을 받았고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 수임료 인상의 요인”이라며 “그나마 평검사 출신이어서 그 정도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총수 관련 사건에서는 경력이 훨씬 화려한 전관이 변호인단에 포함되는 대신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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