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한수 "소리없이 강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그에게는 어떤 별명이 어울릴까.


화려한 허슬도, 관중의 눈을 즐겁게 하는 쇼맨십도 없는 그를 두고 누구는 '무색무취(無色無臭)'한 선수라 부르기도 한다. 더구나 국내 최고수준의 강타자 이승엽과 마해영을 비롯, '내겐 푸른 피가 흐른다(나는 삼성 선수다)'고 큰소리치는 양준혁까지 그의 주위에는 스타가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카리스마를 찾기가 더 힘든지도 모른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스의 3루수 김한수(32). 그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프로 9년간 통산타율이 0.299, 그래서 '소리없는 강자(强者)'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그 별명에는 주인이 있었다. 두산의 스위치 히터 장원진이다. 장원진 역시 무색무취한 선수이나 두산의 요란한 팬들이 일찌감치 애칭을 붙여줬다.

김한수는 지난해 정규시즌 말미부터 펑펑 홈런포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김한수를 비롯, 프로팀 주요 선수들이 부산 아시안게임에 출장하는 바람에 프로야구는 열흘 남짓 공백기를 가졌다. 김한수는 프로야구가 재개된 첫날인 지난해 10월 11일 대구 한화전에서 2-4로 뒤지던 9회말 1사 1,3루에서 역전 끝내기 3점 홈런포를 터뜨렸다. 이후에도 끝내기나 결승 홈런이 몇차례 더 나왔다. 김한수는 10월에 벌어진 열경기에서 무려 다섯개의 홈런을 때렸다. 지난해 총 홈런수가 17개였으니 막판 한달간 약 30%를 몰아친 셈이다.

그래서 당시 삼성팬들은 그에게 '끝내주는 남자'라는 새로운 별명을 지어줬다. 그도 모범생 이미지에서 변신할 찬스라고 생각했을까. 해를 넘기고도 김한수의 '끝내주는'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대구 두산전에서 4-4 동점이던 6회말 2사 1,2루에서 좌전안타로 결승점을 올린데 이어 9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2회초 2사 2루에서 우전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았다. 기아와 함께 공동선두에 오른 팀의 4연승 중 두 차례의 결승점이 그의 방망이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역시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은 꾸준함이다. 그 힘은 9일 현재 23경기 연속안타로 이어지고 있다. 이 부문 최고기록인 박정태(롯데)의 31경기까지는 여덟경기가 남았다.

9일 경기 뒤 김한수는 "나의 목표는 한국시리즈 2연패뿐이다. 만약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3할 타율"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튀는 것보다는 한알의 밀알이 되고 싶어하는 남자다.

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