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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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월·스트리트·저널」(WSJ)등 4대신문이 중공 북경에 상주특파원을 두게됐다.
연초 미·중공국교정상화에 따라 지난3월말부터 취재활동을 시작한 AP·UPI통신까지 합치면 북경에 지국을 개설하는 미국언론기관은 모두 6개사에 이른다.
상호주의에 따라 중공측도 당기관지 인민일보등 수개신문의 특파원을 곧「워싱턴」에 상주시키게 된다.
지난 28일 중공 외교부신문사(공보국)로부터 북경지국개설허가를 받은 이들4개신문은「홍콩」주재특파원들을 파견할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NYT의「폭스·버터필드」기자를 비롯하여 WP의「제이·매듀스」, LAT의「린더·매듀스」 및 WJS의「프랭크·칭」.
이중「제이·매듀스」와 「린더·매듀스」는 부부사이로 서로 다른 신문이지만 북경에서 함께 특파원활동을 하는 행운을 얻게된 것이다.
약삭빠른 일본은 미국보다 먼저 북경에 특파원을 두고 있다. 일본과 중공이 기자교환에 합의한 것은 15년전인 1964년 3월. 같은해 9월 9개사에서 1명씩의 특파원을 파견했었다.
당시 일본은 북경당국에 굴욕적인 비밀문서를 쓰고 애걸하다시피하여 지국개설허가를 얻어냈다.
일본언론은 앞다투어 북경행「티킷」을 얻으려고 20개사이상이 경쟁을 벌였었고 중공측은 이런 약세를 이용이라도하듯 이른바「정치3원칙」의 수락을 허가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중공은 거기다 기자숫자를 늘려달라는 요구에 생색을 내면서 9명으로 제한했지만 일본언론은 아무 말없이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정치3원칙」이란 △중공에 적대정책을 취하지 않는다 △「2개의 중국」음모에 가담하지않는다 △일·중공관계정상화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신문의 자유」라는 대원칙에 반하는「정치3원칙」의 수락은 「알 권리」와「알릴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일 뿐만아니라 정치적인 구속은 물론 중공보도의 구조적 편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확증이다. 일본특파원들은 스스로 판「정치3원칙」이란 함정에 걸려 추방·체포·재입국거부 등의 수모를 당했으나 누구하나 문제로 삼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지는 72년 이같은 비밀협정의 내용이 폭로되자 일본언론의 「슬픈이야기」라고 했다.
미국이 북경에 특파원을 상주시키는데는 일본같은 굴욕적인 비밀협정같은 것은 물론 없겠지만 가구가악(「코카·콜라의 중국어표기)의 상륙에서부터 하루가 다르게 가속화되는 중공「러시」를 보느라면 숨이 찰 지경이다.
하지만 일본도 미국도 모두가 뒤질세라 10억인구의 중공땅에 진출하는 마당에 우리는 어느 세월에 이런 관계를 가질 수 있을지…. <허준 외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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