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날숨] 행복은 타인과 교류할 때 자동 발생하는 부산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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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호 30면

▶“빨간 옷을 입은 게 한 마리가 곡예를 한다. 길 건너 바닷가로 나가려고 무단횡단을 시도한 것이다. 그 녀석만이 아니다. 여러 마리의 게들이 길을 건너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중략) 보고 있는 나도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목숨을 걸고 걷는 녀석은 오죽할까. 생각해 보면 우리 삶도 이와 비슷하다. 매 순간이 삶을 건 곡예요, 결정적 시간이다. 다행히도 녀석은 바다로 빠져나갔다. 나도 모르게 ‘휴~’ 큰숨을 내쉬었다.”

-김진석 『걷다 보면』

▶“어떤 사람을 이야기할 때 음식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다. 기억은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며 뇌에 남는다고 한다. 음식은 눈과 코, 마지막으로 입까지 즐겁게 할 수 있으니 그럴 수 있으려나? 반대로 음식을 먹으며 어떤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음식 역시 평범한 음식이 아니다. 그 기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문장으로도 음식을 맛볼 수 있다면 아마 가장 즐거운 식사가 되지 않을까?”

-문아름 『서가에서 꺼낸 책과 연애』

▶“이렇게 보면 행복은 타인과 교류할 때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그건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다. 역으로, 의무감이나 수단으로써 사람을 만나는 것은 가장 피곤한 일이 될 수 있다. 가장 빈곤한 인생은 곁에 사람이 없는 인생이다. 그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베인 상처도 잘 아물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행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서은국 『행복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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