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락시설과 질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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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화민족의 척도는 그 생활속의 질서를 엿보는 것으로도 가늠할 수 있다. 질서의 생활화란 그만큼 용역하지만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가 있다.
이같은 문제는 산업의 발전과 함께 생활이 다양해지고 복잡해 질수록 더욱 절실한 사회적인 요구의 하나로 등장하며 이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을 때 생활의 균형이 깨지고 혼란이 야기된다는 것은 불문가지에 속한다. 더우기 요즈음의 성장사회속에서 생활의 여가를 주거지역 외부에서 찾으려는 욕구가 늘어날 때에는 더욱 절실한 요제이 아닐 수 없다.
무르익는 상춘의 계절에 이를 다시 거론하게 된 것은 고궁이나 유원지·공원등 우리의 각종 위락시설을 행악인파에 의한 인위적인 파손으로부터 보호하기는데 뜻이 있다.
위락의 개념이 모든 자유활동, 특히 인생을 풍요하게 하는 창조적 활동을 포함하고 있어 현대 도시생활에서는 빼어놓을 수 없는 필요불가결한 강소가 되고 있음은 제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우리의 현 실정으로는「주거」와「직장」을 벗어난 제3차 공간, 고 연지와 공원으로 대표할 수 있는 위락시설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감안할 때 기존위락시설의 보호관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같은 목적은 범국민적인 생활의식운동인 자연보호나 3대 질서운동과도 직접적인 연관을 지니고 있어 각별한 의지를 갖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일 비원과 창경원을 돌아본후 고궁관리와 환경정비에 힘쓰드록 한 박대통령의 당부도 문화유산을 알뜰하게 보존하자는 시대적인 요청과 함께 현실적인 욕구의 발로라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나 모든 시설물을 제대로 유지 관리하려면 일정한 규범을 필요로 한다. 위락의 개념속의 자유활동도 결코 방종이 아닌 일정한 사회목적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궁극적으로는 총체적인 질서의 문제를 앞세운 것이라 할수 있다.
연휴인 지난 어린이날 60여만명을 헤아리는 인파가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몰렸고 창경원에도 15만여명이나 입장했다고 한다. 수용능력의 최대적정인원을 8만명까지 잡는 어린이대공원의 경우 1인당 소요시간을 최소한 3시간으로 환산해도 한계능력을 2배가량 초과했다고 할수 있다.
이같은 상황으로는 시설관리는 차치하고라도 질서유지에만도 곤욕을 치렀을 것이 틀림없다.
원만한 행락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몇가지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나 이에 앞서 시설의 확충과 시민 의식의 지도계몽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에는 풍기문란이나 바가지값·만취추태등 행락질서사범을 자연훼손으로 처벌하는 강력한 단속지침까지마련됐었으나 질서쟁범이 근절됐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단속만으로는 실핵를 거둘 수 없다고 보아 우선 시민 스스로가 자연을 아끼겠다는 생각과 함께 행정기관의 단속및 계몽, 그리고 관리자들의 감독등 협조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본란에서 누차 지적한바 국민관광을 위한 실천윤리강령의 시급한 제정도 바람직한 일이며, 최근 주요도시의 공동계획및 현지행정이 두드러진 점도 기대할만한 것이다.
시설공원사업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에게 그만큼 사명감을 주어 생활의 질서를 찾는데도 큰 몫을 한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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