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심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그 옛날 「아테네」에서 「올림피아」의 경기가 유행할때 희랍의 철인들은 경기장에 모이는 사람들을 세가지로 나누었다.
곧 평소에 단련한 기와 힘을 자랑하기 위하여 오는 사람들과 그 경기를 보기 위하여 오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려고 오는 사람들이다.
이 중에서 제일 아래가 상인들이었다. 그 다음이 경기자들이었으며 제일 위가 관객석에 앉은 사람들이었다.
상인들은 돈을 벌기위하여 온다. 경기자는 승리의 영광과 상금을 얻기 위하여 온다.
그러나 관객은 순수한 「보는 재미」만을 위하여 온다. 관객은 그 이외의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요새는 보는 재미의 순수성이 줄어들었다. 지난 75년7월「프랑스」일주 자전거경주의 최종 「레이스」에는 35만명의 군중이「샹젤리제」거리를 메웠었다.
「벨기에」선수를 누르고 우승한「프랑스」선수에게「지스카르-데스탱 대통령이 상상을 수여하자 열광한 군중은 일제히 「프랑스」만세를 외쳤다.
어느 「스포츠」에서나 오늘의 관중은 애국심에 취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다. 그저 「보는 재미」로만 관람하지 않는다.
요새 국제농구대회를 보러 3만의 관중이 매일같이 잠실종합실내체육관을 메운다.
그들은 그냥 경기를 보러오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 「팀」이 이기는 것을 보러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관중은 자칫 「페어· 플레이」를 잊는다.
어떻게 해서든「홈·팀」이 이겼으면하는 관중의 열망에 눌려서인지 심판들조차 공정을 잃게되는 수도 많다.
그렇지 않아도 공정한 심판이란 이만저만 어려운게 아니다.『심판은 유자격자라야하며 또 양쪽 어느 「팀」과도 관계가 없는 자라야한다.』
이렇게 규칙에는 적혀있다.「유자격자」가 되려면 보통은 선수3년·심판5년 정도의 경력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연륜만으로도 모자란다.
민준기씨는 14년여에걸쳐 무려 1천8백회나 야구심판을 본 명「엄파이어」였다. 그가 지난 77년 월간중앙 8월호에 쓴 회고에보면 그도 오판을 적지않게 저질렀다.
아무리 눈이 좋아도 1초의 몇분의1 사이의 일을 순간적으로 올바르게 판단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서 의식적인 오판도 있을수 있게된다.
지난 74년에 경기를 전후해서 「팀」으로부터 금품을받고 일부 농구심판들이 편파적인 판정을 일삼아 왔다는 사실이 보도된적이있다.
그것은 관중의 눈을 적당히 속여가며 얼마든지 편파적인 심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엊그제 한·미전, 한·호전에서 제3국의 심판들이 편파적이었다고보는 차가운 눈들이 많다.
순수한「보는 재미」를 심판들이 관중으로부터 완전히 앗아버린 것이다. 이긴 선수들의 뒷맛을 쓰게 만든것도 물론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