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혼식의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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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결혼1주년을 지혼식이라고 한다. 2년에 접어들면 종이 (지)보다는 질긴 지푸라기 (짚혼식) 된다다. 3년째는 그 지푸라기에 물이 올라 초혼식이라고 한다. 5년은 목혼식, 7년이 되면 비로소 꽃이 핀다. 화혼식.
「종이」가 향기 그윽한 「꽃」으로 변하는데 7년이 걸린다. 이꽂이 지고나면 쇠붙이로 바뀐다. 질겨진다는 뜻인지… 부부사이가 비단결 같아지려면 45년은 지나야 한다. 황금의 「트로피」를 밭기까지는 반세기가 필요하다.
서양의 풍속이지만, 산전수전다 겪은 채험의 산물일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대법원의 통계에 따르면「지푸라기」에 물이오르는 초혼식무렵이 일대 시련기인것 같다. 나무에 꽃을 피워 보기고 전에 많은 부부들은 파경에 이른다.
그 사유는 대부분이 부정. 이혼부부의 거의 절반이 그렇다.
결혼 5년이면 30대초인이다. 좀 늦은경우는 중반일수도 있다. 이들의 파경사유는 새삼 젊은세대의「모럴」의 한단면을 보는 것 같다.
1974년「이탈리아」는 이혼법을 놓고 국민투표에 붙인 일이있었다. 찬성은 25세부터 34세까지, 반대는 55세이상. 그것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 현상이었다.
동서를 막론하고 결혼의「모럴」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것 같다.
결혼식때「카피트」를 밟고 에 발을 맞춘다. 이 행진곡은「멘넬스존」이 작곡한「셰익스피어」의『한 여름밤의 꿈』에 나오는 곡이다.
오늘의 젊은 부부는 설마 결혼생활을「한 여름밤의 꿈」쯤으로 착각하지는 않을 것이다「셰익스피어」의 그 희곡도 원래 맹랑한 것을 주제로 삼지는 않았다. 「셰익스피어」의 이 작품은 낭만과 현실을 조화한 걸작으로 정평이 있다.
환상속에서 현실을 느낄수 있는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후에는 그눈을 반쯤 감으라』고 충고한 사람은「벤저민·프랭클린」이다. 그의 자전을 보면「프랭클린」도 용지에서 외도의유혹을받은 일이있는평범한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은구애할때나 결혼하고나서도 한결같이 꿈만 꾸려고 한다. 그러나 결혼은 엄연한 현실이고 보면 꿈에서는 물론, 잠에서도 깨어야 할 것이다.
여기 30대의 부부에게 옛 시인 박인노의 오륜가를 선물 한다.
『남으로 생긴 것이 부부같이 중할런가/사람의 백복이 부부에 갖췄으니/이리 중한 사이에 아니 화코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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