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들의 대화서도 "물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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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준호야, 너 그거 샀니? 누가 사줬어? 나도 하나 사고싶은데.』
『누나, 인제 올랐을 거야, 한 2백원쯤. 아니 3백원쯤 할지 몰라. 뭣이든지 좀 있다가 가보면 오르니까.』
밖에서 7살짜리 준호가 한살 위의 제 누나에게 하는 소리가 재깔재깔 들린다. 아직 올랐다는 것이 뭔지도 모를 아이들이 무턱대고 무엇이나 올랐으려니 생각하는 것이 기가 차서
『준호야, 오르는게 뭐니?』하고 물으니 엄마가 그것도 모르느냐는 듯이 열심히 설명을 한다.
『엄마, 오르는건 말이야, 한참 있다가 사면 돈 더 줘야 되는거 아니야』 한다.
매일 가격인상의 홍수 속에서, 학용품 하나라도 금방금방 오르는 시대에 사는 아이들답게(?) 오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듯 참으로 현실적인 얘기를 한다. 왜 아이들에게까지도 금방금방 무엇이나 오른다는 생각이 고정관념으로 박히게 되었을까?
며칠 사이에 물가가 곤두박질을 치고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니 아이들조차 거기에 물이 안들 수가 없는 모양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에 살아도 이 아이들이나 자라서 보다 안정된 사회, 물가가 이렇게 며칠 사이에 곤두박질을 하는 사회에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들이 치르는 홍역이려니 하고 참아야 되는 것인지? 무심하게 들어 넘길 수만은 없는 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다. 16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요금의 인상소식은 이것이 몰고 올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더욱 암담하기만 하다.
정말 왜 이렇게 오르기만 하는 것일까? 【이정희(서울 관악구 신당동 79의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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