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화백 미망인-이남덕 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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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 근대 미술사에 전설적인 인물로 남아 있는 화가 이중섭의 미 공개 유작전이 15∼5월15일 미도파 화랑에서 열린다. 그의 유족과 화우들이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소묘·수채·유화 등 2백여점이 출품돼 이화백의 독특한 조형 세계를 다시 한번 엿볼 기회이다.
특히 88점의 엽서 그림은 그가 부인 「야마모또·마사꼬」 (산본방자 한국명 이남덕·58)여사와 열애하던 무렵에 띄운 것으로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가득 담긴 그림들. 40년 가까이 간직해오던 소중한 그림을 공개하기 위해 13일 남편의 나라를 찾아온 「마사꼬」 여사는『주위의 사람들이 권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무척 기쁩니다.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아낌을 받고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군요』라고 말한다.
자그마한 몸매에 조용하고 온화한 표정의「마사꼬」 여사는 『사흘에 한번씩 오는 엽서를 받아보기 위해 문 앞에서 서성이며 기다리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엽서는 글자 한자 없이 그림으로만 채워져 있는데 1940∼43년께 띄운 것들이다.
이남덕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는 「마사꼬」 여사는 요즘 가장 즐거운 일은 기독교 관계 용품 회사에 나가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태현 (31) 태성 (30) 두 아들은 결혼해 따로 살고 있으며 「마사꼬」 여사는 동경세전곡구삼제정의 아담한 집에서 홀로 조용히 지내고 있다.
18일 출국하는 「마사꼬」 여사는 이화백의 조카이며 이 유작전을 여러해 동안 계획, 추진해온 이영진씨 (48·사업) 집에 머무르고 있다. 전시회를 계기로 화집도 출판할 예정인데『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는 그의 그림을 한데 모아서 보관할 수 있는 조그만 기념관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큰 소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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