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9)<이인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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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용서하자.
우리는 때때로
태어났음을 후회했다.
버려진 풀꽃 하나며
살아가는 어려움,
풀꽃은 그래도 풀꽃으로 피리라.
오늘도 전쟁은, 바람은 사방에서
우리의 집을 흔들 것이고
우리의 문을 흔들 것이다.
이윽고 바람은 이웃집을 흔들며
마을 전체를 휩쓸 것이고
우리는 또 누군가를 미워할 것이다.
용서하자. 우리가 그들을 용서할 때
비로소 알 것이니,
버려진 풀꽃 하나로 그것대로
바람따라 순응의 몸짓으로
떨어졌음을.

<시의 주변>
『오늘 하늘을 쳐다보셨나요?』퇴근하여 집에 돌아서니 C가 묻는말이었다.
하늘은 너그러움, 순수, 동경, 꿈 등의 상징이 될 수 있다. 하늘을 쳐다보면 다소나마 마음의 평정이 오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요즘 나는 이 도시의 세태처럼 너무 각박하게, 그리고 마음의 한점 순수마저 잃어가며 살고 있는 것같다. 그러기에 걸으면서 잠깐이면 될 하늘을 쳐다볼 마음의 여유를 잃고 있는 것이 아닐까. C가 하늘을 쳐다보라는 이유를 나는 여기에서 찾기로 했다.

<약력>
▲45년 성남 북청출생▲75년 신춘 중앙문예에『빌헬름 마이스타의 수업시대』와 『해부교실』 당선으로 문단「데뷔」. 공모로『육성제1·2 사화집』있음.▲현재 태평양화학 출판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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