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결제로 연리 480% '휴대전화 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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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휴대전화 소액결제 깡’이라는 불법 고리대금 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만원 대출 신청을 하면 4만원가량을 선이자로 떼고 약 6만원을 주는 고리대금업자들이다. 대체로 한 달쯤 뒤에 돈을 되돌려 넣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연리 약 480%에 이르는 초 고리대금업이다. 법정 최고금리 연 34.9%의 13배가 넘는다.

 이들 휴대전화 소액결제 깡 업자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만들어 놓고 대출 신청을 기다린다. 본지가 24일과 25일 ‘휴대폰 소액결제’ ‘휴대폰 소액대출’ 등으로 검색하자 구글에서는 웹문서 수백 곳, 다음에서는 카페 29개와 블로그 14개가 나타났다. 지난 10일 네이버에서는 카페 125개, 블로그 2303개가 나왔으나 현재 네이버는 이런 검색을 차단한 상태다.

 본지는 검색 결과에 나온 일부 업체에 전화했다. 30대 남성으로 보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최고 휴대전화 1대당 30만원까지 바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럼 30만원을 빌리겠다”고 하자 “12만원을 떼고 18만원을 주겠다”며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물었다. “이자가 과도하다”고 하자 “싫으면 그만두라. 돈 빌릴 사람이 많다”며 전화를 끊었다. 다른 업자는 30만원을 신청하면 11만원을 떼고 19만원을, 또 다른 곳은 17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선이자가 대략 40% 안팎이다.

 휴대전화 소액결제 깡 업자들이 대출해 주는 방식은 이렇다. 대출 신청자가 주민번호와 휴대전화번호 등을 알려주면 신청자 명의로 사이버 머니나 게임 아이템 등을 구입한다. 이때 대금은 대출 신청자의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치른다. 그러면 신청자의 휴대전화로 인증번호가 담긴 문자메시지가 온다. 이를 깡 업자에게 알려주면 구매가 끝난다. 깡 업자는 사이버 머니나 게임 아이템 등을 즉시 되팔아 현금을 마련한다. 그 다음에 선이자를 떼고 대출 신청자에게 나머지 돈을 준다.

 깡 업자가 결제한 금액은 소액결제를 한 휴대전화의 실제 주인인 대출자의 휴대전화 요금에 함께 청구된다. 대략 대출(휴대전화 소액결제)을 하고 한 달 뒤에 갚아야 하는 셈이다.

 한때 휴대전화 소액결제 깡 업자였던 A씨(39·경기도 안성시)는 “당장 생활비 몇 만원이 급한 일용직 근로자와 주부, 학생 등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한 명이 휴대전화 3대를 개통해서는 소액결제 깡을 하겠다고 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 나중에 휴대전화 요금 결제를 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A씨는 “여러 대 휴대전화를 갖고 오는 경우 결국 동전까지 다 털린다고 해서 이 바닥에서는 ‘코인 째기’라 부른다”고 했다.

 자영업을 하다 실패한 김모(42·대구 중구)씨가 그런 경우다. 올 2월 휴대전화 3대를 개통해 90만원을 신청했고, 선이자를 뗀 뒤 60만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김씨는 “아이 학원비가 급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나중에 휴대전화 요금 결제를 하지 못해 지금은 아예 본인 명의 휴대전화조차 없는 상태다.

 40% 안팎 선이자를 떼는 휴대전화 소액결제 깡은 이자제한법과 정보통신망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최고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수요가 많아 성행하고 있다. 지난 3월 경기도 의정부경찰서는 휴대전화 소액결제 깡 업자인 30대 2명을 적발했다. 이들에게 대출을 한 사람은 1100여 명에 이르렀고, 선이자로 챙긴 금액은 7800만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올 초 78개 깡 업자를 찾아내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금감원 서민금융사기대응팀 선임조사관은 “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한 계층이 휴대전화 소액결제 깡을 주로 이용한다”며 “그렇게 하기보다 신용등급이 낮아도 대출을 해주는 서민금융(국번없이 1332)을 찾아 가능한 상품이 없는지 알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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