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굿 샷을 위해 겨울에 해둬야 할 또 하나의 일. 바로 그립 점검이에요. 그립은 모든 샷의 시작입니다. 전설의 골퍼 벤 호건은 "골프를 잘 치는 건 클럽을 올바르게 쥐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했어요. 그립은 샷의 모든 걸 좌우합니다. 그래서 잘못된 그립을 고치는 일은 빠를수록 좋아요. 저 역시 그립을 고친 뒤 샷이 훨씬 좋아진 경험을 갖고 있어요. 왼손부터 점검해 볼까요. 사진A는 2년 전까지의 저의 그립이에요. 1987년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15년 동안 이렇게 클럽을 쥐었지요. 왼손 네 손가락의 안쪽 마디에 클럽을 가로지르듯 걸쳐 잡는 방식입니다. *** 날달걀 쥐듯 손에 힘빼고 이렇게 쥐다 보니 백스윙하면서 왼 손목을 코킹할 때 클럽 끝이 손에서 노는 듯한 헐렁한 느낌을 받곤 했어요. 그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공이 가지 않는 경우가 잦았지요. 그런데 2002년에 만난 스윙 코치 피터 코스티스의 지적을 받고 바꿨어요. 뭐가 잘못됐느냐고요? 사진B와 비교해 보세요. 차이점은 클럽 끝부분의 위치입니다. 클럽 끝이 왼 손바닥의 볼록한 부분에 걸쳐지도록 비스듬히 잡는 게 중요해요. 이렇게 클럽을 잡게 되면 사진C처럼 견고한 그립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그립을 교정한 뒤 더 강하고 정확한 샷을 날릴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잡은 왼손 위에 사진D처럼 오른손을 가볍게 얹으면 그립이 완성됩니다. 알다시피 오른손 새끼 손가락을 왼손 둘째, 셋째 손가락 사이에 위치시키는 오버래핑 방식이 가장 보편적입니다. 이런 기본 요령에 더해 또 중요한 요소들이 있어요. 우선 손과 어깨에 힘을 빼는 일이에요. 마치 날달걀을 쥐는 듯한 느낌. 아시겠지요? 그립을 잘 잡았더라도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면 실수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백스윙이 부드럽지 않게 돼 샷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거리에서도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 클럽-손 사이엔 틈 없어야 하지만 너무 살살 쥐어 공을 임팩트할 때 클럽을 놓치면 어떡하냐고요? 그래서 필요한 게 클럽과 두 손 사이의 틈을 없애는 일입니다. 클럽과 손의 사이에는 물론, 두 손이 겹쳐지는 구석구석에 공간이 없도록 밀착하는 일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면 세게 쥐지 않아도 클럽이 손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않지요. 가볍게 잡으면서도 빈틈이 없는 단단한 그립. 그것이 결론입니다. 올 겨울 실내에서, 또는 연습장에서 '바른 그립'을 꾸준히 익히세요. 감을 빨리 잡기 위해 그립 교정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립을 바꾸면 처음엔 상당히 어색하고 거북하답니다. 하지만 반복해 숙달시키면 금세 자기 것이 됩니다. 오히려 이전의 그립이 불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골프가 '습관의 운동'이기 때문이랍니다.
[박지은의 골프야 놀자] 2. 샷의 기본은 그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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