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함락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군은 이라크전 개전 21일 만인 9일 바그다드 전역을 장악했다.

빈센트 브룩스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사담 후세인 정권은 바그다드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면서 "오늘 이라크의 대부분이 오랜 압제로부터 해방됐다"고 말했다.

미군 지휘부는 바그다드 전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에 따라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티크리트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군은 이날 전폭기를 동원, 티크리트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에 나섰다.

바그다드에 진입한 미군과 지난 48시간 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여온 이라크군은 이날 오전부터 완전히 전의를 잃고 저항을 포기했다.

AFP통신은 전날 바그다드를 세 방향에서 공략한 미군 3사단 소속 기갑부대가 M1 탱크를 앞세우고 도심에 진입하자 수백명의 바그다드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환호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미군이 바그다드 전 지역을 점령했으며 9일 낮12시(현지시간)를 기해 모든 전투가 끝났다"고 전했다.

바그다드 중심가 알피르두스 광장에서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미군 탱크의 도움을 받아 후세인 대통령의 대형 동상에 밧줄을 걸어 쓰러뜨렸으며 이 과정은 아부다비 방송이 촬영해 BBC.CNN 등을 거쳐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이라크 정권이 사실상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하면서 바그다드는 무정부 상태에 빠졌고, 곳곳에서 주민들에 의한 약탈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바그다드 북동부의 시아파 서민 집단거주지인 사담시티에서는 주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관공서와 상점에 몰려가 문과 창문을 마구 부수고 가구.식량.가전제품 등을 들고 나왔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후세인 정권 축출 및 무장해제를 위한 전쟁에 진전이 있는 데 대해 고무돼 있지만 전쟁이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최고위 관계자가 9일 밝혔다.

한편 전날 미군의 정밀 조준폭격을 받은 후세인 대통령의 생사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영국 언론들은 자국 정보소식통을 인용, "후세인 대통령은 폭격 직전 건물에서 빠져 나갔다"고 보도했다.

최원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